많은 여성들이 결혼 후 "속았다"며 땅을 친다. 연애 시절엔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굴던 사람이 결혼한 뒤엔 "내가 언제" "그걸 다 믿었어" 하며딴청을 피운다는 것이다. 결혼 전과 후 남자들이 달라지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술만 해도 연애할 땐 아무 소리 안하다가 결혼하면 되도록 마시지 말라고 압력을 가한다. 그러나 살다 보면 여성도 술 마실 일이 생긴다. 사회생활에선 특히 그렇다. 업무상 회식이나 각종 친목 모임의 경우 으레 술이 곁들여지는데 여자라고 열외로 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국내의 여성 음주 비율은 86년 20.6%에서 92년 33%,2003년엔 49%로 급증했다. 20대는 90%에 가깝다는 얘기도 있다. 사람 사는 동네는 다 비슷한지 미국과 영국에서도 젊은 여성의 음주가 폭증한다는 소식이다. 2004년 24세 이하 성인여성의 술 소비량이 전년도보다 33%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원인으론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늦은 결혼,드라마 등의 음주 장면,주류업체의 적극적 마케팅 등이 꼽혔다. 술 마시는데 여자 남자를 가릴 순 없다. 과음으로 인한 문제나 말썽도 남자에 비할바 못된다. 하지만 여성이 매일 소주 반 병을 마시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안마신 여성의 두 배로 높아지고,여성호르몬을 관장하는 뇌의 황체호르몬(LH) 분비량을 줄여 생리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임여성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보고된다. 임신 중 캔 맥주를 매일 3개 가량 마시면 성장 이상과 지능 발달장애가 수반되는 태아알코올증후군(FAS·Fetal Alcohol Syndrome)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임신 초 음주는 태아의 뇌신경세포에 치명적이라는 국내 발표도 있다.(경상대 김명옥교수) 여성에게 안전한 하루 주량은 남자의 절반인 맥주 한 캔,위스키·와인 한 잔 정도라고 돼 있다. 술을 담아두는 체내 수분 비율(50~60%)이 남성(70%)보다 적은데다 알코올분해효소 또한 남성의 25%밖에 안된다는 이유다. 영국에선 30대 여성이 한 달간 폭음했더니 피부는 50대처럼 되고 볼이 처졌다는 실험결과도 나왔다. 제 몸은 제가 지키는 것이다. 나중에 후회하면 늦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