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가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왕의 남자'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는 등 대선주자들의 `한국영화 보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최근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으로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단순한 영화 감상 이상의 의미를 띠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17일 오후 당무를 마친 후 `왕의 남자' 관람을 위해 의원 10여명과 함께 서울시내 한 극장을 찾을 예정. 박 대표가 당 대표 취임 후 의원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은 지난해 1월 `말아톤' 관람 이후 약 1년만의 일이다.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와 최연희(崔鉛熙) 사무총장, 엄호성(嚴虎聲) 전략기획본부장, 안경률(安炅律) 수석부대표 등 당 지도부와 문화관광위 소속 및 여성 의원 일부도 동행한다. 이번 영화관람은 지난 14일 당내 여성 의원 생일모임에서 박 대표가 "화제작인만큼 아직 보지 못한 분이 계시면 같이 보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후 박 대표측이 당직자들과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 최고위원들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모집, 관람자들이 늘어나게 됐다. 박 대표의 `왕의 남자' 관람은 한나라당이 지난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영화속 연산군에 견주어 `1.21' 개각을 비난하는 패러디 홍보물을 만드는 등 이 영화를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소재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모은다. 그러나 박 대표측은 "관객수가 1천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국민적 관심을 모은 영화인만큼 국민들과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해보자는 차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명박(李明博) 시장도 지난 주말 가족들과 `왕의 남자'를 관람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취소한 상태로 조만간 다시 날짜를 잡기로 했다.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도 최근 가족과 `왕의 남자'를 관람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고 건(高 建) 전 총리도 20일 시내 한 극장에서 제작사 초청으로 지난 88년 교도소에서 탈옥, 인질극을 벌였던 탈옥범 지강헌 사건을 소재로 `유전무죄'라는 주제를 담은 `홀리데이'를 관람한다. 고 전 총리는 영화 관람 후 출연배우들과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도 지난 9일 마포구 상암동 CGV에서 비서진들과 함께 일반인들 사이에서 `왕의 남자'를 감상했다. 퇴임후 영화관람은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두번째다. 김 전 대통령은 "영화가 아주 스피디하고 코믹해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고 즐겁게 봤다. 민중들이 권력자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내용을 담았고, 민중들의 생활상을 잘 그린 것 같다"는 관전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