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사기와 횡령, 배임 등의 경제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징벌'의 의미로 이례적으로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재환 부장판사)는 그룹 계열사에 대한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된 전윤수(57) 성원건설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판결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다시 판단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으며 사회봉사 명령을 추가했다. 한편 재판부는 전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실형을 선고할 만한 양형 사유가 충족되지 않아 항소심에서도 집유를 선고했지만 전씨가 기소될 때부터 불구속 기소된 데다 공적자금을 횡령한 죄질이 무거워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고 강조했다. 재벌 총수에게 형사공판에서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진 전례는 거의 없어 재판부의 이번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형사 사건에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징역형 등의 형 선고에 부가해 통상 80∼200시간 가량의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진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원건설과 성원산업의 분식된 재무제표를 이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대출받고 그룹 전체가 부도를 일으킨 상황에서 회사 자금을 횡령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의 불법을 자행했고 법정에서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개전의 정이 없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분식회계로 인한 대출금이 변제됐고 피고인이 횡령한 돈으로 취득한 주택과 부지와 처 명의로 부당하게 지급받은 급여를 회사에 반환한 점, 성원그룹이 화의절차를 졸업하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환 부장판사는 "전 회장에게는 양형 사유를 엄격히 판단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사기ㆍ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은 처벌효과 면에서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 회장은 1일 8시간의 노동량을 기준으로 25일 간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장소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해야 한다. 성원그룹은 성원건설과 성원산업개발을 계열사로 거느린 건설그룹으로 1990년대 초반 고속 성장하면서 건설업계 메이저 업체로 자리잡았다. 법원은 최근 회삿돈 286억원을 횡령하고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두산그룹 총수 일가 4명에게 모두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