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란 < 가람감정평가법인 이사 srcha@cvnet.co.kr > 내가 아는 사장님 한 분은 정말 창의적이다. 관광시설업을 하는 그는 항상 어떻게 하면 관광객이 더 즐겁고 기분 좋게 느끼고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궁리해내 말한다. 처음엔 주위 사람 대부분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 걸까' 하면서.그러나 시간을 두고 두 번 세 번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당초 의문을 품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관광객에게서 호응이 있을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실제 그가 회사를 경영한 2년여 동안 회사의 매출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회사의 이름도 널리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주위에서 들으면 그 사장님의 성격이나 업무 스타일은 독재자의 그것에 가깝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해 지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제도에선 다수의 의견이 존중됨으로써 대다수 사람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 그 이념은 각 개인이 창의적 사고를 자유롭게 발휘하는 기회의 균등과 적극적 표현의 자유 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특히 중소 규모의 회사에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문제 해결능력이 없거나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사장 개인의 판단과 능력에 따라 조직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회사 존폐에 따른 책임을 전적으로 사장이 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최근 신문 지면을 보면 사회가 표준화 획일화 단계를 거쳐 전문화 차별화 시대로 발전하는 만큼 많은 조직에서 공존을 추구하는 리더십을 지닌 '제너럴 스페셜리스트'를 선호한다는 기획 기사가 눈에 띈다. 21세기의 하이브리드 시대형 인재는 창의성이 최고의 경쟁력이고,창의성을 발휘하자면 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보다 다양한 경험과 이해력을 갖춘 사람들이 유리하다고도 한다. 음악이나 미술에 조예가 깊은 법학도나 경영학도처럼 다른 학문이나 분야에도 식견이 있는 인재를 뜻하는 말일 것이다. 앞에서 말한 그 중소기업 사장님을 대할 때마다 나는 못내 아쉬워 직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는 둥,직접적 명령보다 우회적 권고가 효과가 있다는 둥 아주 일반적이고 평범한 말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창조자에 가까운 그 사장님의 창의적 사고와 독재자적 경영 스타일은 공존할 수 있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관광객들이 흡족해할 상품을 더욱 정교하게 개발함으로써 회사 이익을 증대시켜 나간다면 이런 유형의 리더도 이 시대의 트렌드인 하이브리드에 속하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