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석이가 해냈습니다" 14일 새벽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한 이강석(21.한국체대)이 14년만에 한국에 메달을 안겨주자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 집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손에 땀을 쥐며 새벽까지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 이기훈(47)씨와 어머니 노정희(46)씨, 동생 강호(20.한체대 입학예정)씨는 동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기훈씨는 "1차 경기를 지켜본 뒤 다소 아쉬웠지만 강석이를 믿었다"면서 "지금처럼 순간 순간이 피를 말리는 경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 노씨는 "운동을 좋아하는 강석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지금껏 단 한 번도 잘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어제 전화 통화를 하며 몸 상태가 좋다는 말을 전해들었지만 첫 올림픽 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노씨는 "실내 빙상경기장이 없어 논에 물을 가둬 얼린 열악한 시설에서 훈련을 해야 했지만 늘 최선을 다했다"며 "어려서부터 운동신경이 남달랐지만 승부욕은 동생 강호가 더 강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노씨는 "강석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집안 사정이 어려워 운동을 그만두라고 했을때가 가장 마음 아팠다"며 "동생도 강석이와 같은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어 두 형제가 훌륭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입학 전까지 체격이 작아 출발선에만 서면 어른과 아이가 경기를 하는 것 같아 늘 마음이 아팠다"는 노씨는 "강석이가 제발 170㎝까지만 성장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며 웃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강석이가 돌아오면 "꼭 안아주며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노씨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스피드 스케이팅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남 중 장남인 이강석은 의정부 중앙초, 의정부중, 의정부고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체대에 재학 중이며 지난해 미국 밀워키 월드컵에서 1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3위를 기록하며 한국 빙속의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je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