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아버지가 건넨 카메라 한 대가 삶의 방향을 돌려 놓았다. 동양인 최초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편집팀장을 역임한 세계적인 사진가 에드워드 김씨(한국명 김희중·66). 지난 50년간 사진과 함께 해온 그가 우리의 지난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포토에세이집 '그때 그곳에서'(바람구두)를 냈다. 이 책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최근까지 남북한의 풍경과 사람을 담은 사진 65장에 글을 붙인 것.1955년의 강남 봉은사 가는 길,도포 차림에 갓을 쓰고 신작로를 걸어가는 촌로들과 때묻은 흰 저고리에 빛바랜 회색 몽당치마를 입은 채 수줍게 웃는 시골 소녀,창호지로 만든 별로 장식한 크리스마스 아침의 명동성당 등은 김씨가 고등학교 때 찍은 작품들이다. 또 서방기자로는 최초로 북한 취재에 나섰던 1973년 당시 북녘땅과 동포들의 모습,새마을운동 초기 농촌풍경과 폐광촌의 허물어진 삶,남원 들녘에서 보리걷이를 하던 부부와 나눈 보릿고개 이야기,손녀를 등에 업고 조업 나간 자식을 기다리는 주름투성이 할아버지 등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과 함께 들려주는 그 옛날의 풍경과 사람살이,작가의 경험과 생각 등이 푸근하고 따뜻하다. 192쪽,1만98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