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기밀문건을 잇따라 공개, 국민의 알권리 확보를 위한 국회의원의 행정부 견제가 어느 선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가안보에 직결된 기밀문서를 공개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과, 마땅히 알아야될 일까지 정부가 과도하게 기밀로 규정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오히려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해묵은'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 특히 그동안 국가기밀 `유출'이 야당의 전유물에 가까웠던 점에 비춰 이번에는 여당 소속인 최 의원이 기밀유출을 `감행'하고 나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 상당한 논란과 파장이 뒤따를 전망이다. 국회의원들의 `기밀유출'은 예전에도 종종 있어왔지만 특히 17대 국회 들어서는 한미관계에 여러가지 현안이 돌출하면서 건수도 빈발했고, 공개된 문건의 파급력도 과거에 비해 컸다는 지적이다. 먼저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은 17대 초반인 지난 2004년 10월 국감에서 정부가 국제관례를 무시하고 미국측과 굴욕적 협상을 맺었다며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포괄협정(UA)' 문서를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곧 공개할 문서를 정확성도 의심스러운 상태로 공개하는 것은 진정한 국익의 훼손 가능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알 권리라는 논리에 기댄 한건주의적 접근방식"이라며 유감을 표시했지만 노 의원은 "국제관례에 따르지 않고 국익을 손상한 UA 역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기밀'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노 의원은 이후에도 `2급 비밀'인 한미미래동맹정책구상(FOTA) 회의 자료 일부를 국회에서 공개해 국방부가 수사 의뢰 검토 방침을 밝히는 등 파문을 일으켰다. 같은 당 권영길(權永吉) 의원도 2005년 국정감사 기간 한미 양국 국방부가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 등을 작전목적으로 명시한 유엔사.한미연합사 `작전계획 5027-04'를 2003년말 작성했다고 공개했고, 국군기무사는 권 의원에게 군사기밀의 유출경위를 조사해야 한다면서 출석요구서를 보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재선인 한나라당 박 진(朴 振) 의원의 경우, 2004년 국감 당시 국방연구원의 '전쟁여건 변화 모의분석' 자료에 담긴 `북한 남침시 16일만에 서울 함락' 시나리오를 공개해 기밀유출 논란에 휘말렸고, 같은 당 정문헌(鄭文憲) 의원도 국감에서 `북한 붕괴시 정부의 비상계획'을 공개했다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박, 정 두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고, 당사자들이 이에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통상협상과 관련된 기밀유출 논란도 있었다. 민노당 강기갑(姜基甲) 의원은 작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국과의 쌀 협상에서 신규 수입물량의 시장점유율을 보장하도록 이면합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이에 대해 쌀협상 국정조사 과정에서 비밀자료 열람을 통해 취득한 내용을 공개했다며 반발했다. 최재천 의원이 촉발한 이번 `기밀유출' 논란에 대해, 노회찬 의원은 "국가기밀 서류를 공개하는 데 대해 찬반 논란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하려는 정부의 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를 지적하지 않은 채 공개 자체만을 문제삼은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기남(辛基南.열린우리당) 국회 정보위원장은 2일 정보위 회의에서 "17대 국회 개원 이래 국정원이 정보위에 보고한 회의 내용과 국정원 자료와 관련된 기밀이 유출된 경우가 총 31건에 달한다"며 기밀 유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