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조원을 넘어선 유무선 통신업계의 대표주자인 KT와 SK텔레콤의 콘텐츠 확보전쟁이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통방융합ㆍ유무선 통합 등 컨버전스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IPTVㆍ휴대인터넷ㆍHSDPA(초고속데이터전송기술) 등을 추진하고 있는 이들 업체에 콘텐츠의 안정적인 공급과 확보는 생존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통신 공룡'인 KT와 SK텔레콤이 그동안 수면하에서 추진해 왔던 콘텐츠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두 업체는 특히 단순한 콘텐츠 업체들과의 협력구축 단계를 벗어나 이제는 가장 확실하게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지분 투자 및 인수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SK텔레콤 자회사인 TU미디어가 위성DMB 서비스를 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종합미디어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공격적 행보를 늦추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YTN[040300] 미디어 지분을 인수했으며 앞서 작년 2월 종합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인 IHQ[003560] 지분도 인수해 동영상 콘텐츠 부문에 있어 상당한 `내공'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IHQ는 싸이더스HQ(연예기획), 엔트리브소프트(게임개발), 아이필름(영화제작), 캐슬인더스카이(드라마제작)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6월말에는 국내 굴지의 음반업체인 YBM서울음반까지 인수했다. 이를 통해 자사 음악서비스인 `멜론' 등에 필요한 음원을 확보했다. 아울러 게임분야에서는 엔씨소프트와의 모바일게임 합작사 설립설이 한때 돌기도 했다. SK텔레콤의 자회사 격인 싸이월드와 네이트닷컴을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e-러닝에도 관심을 돌려 작년 12월 약 100만명의 회원층을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교육업체인 이투스와 합병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SK텔레콤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같은 SK그룹 계열사인 SK C&C는 한국 외국어 대학교와 합작해 2004년 사이버 외국어대학을 설립, e-러닝 사업에 뛰어든 상태이다. SK C&C는 작년 10월 캐주얼 스노보드게임 `크리스탈 보더'에 대한 배급 판권을 확보한데 이어 지난달 9일 가마소프트의 신작 MMORPG인 `모나토 에스프리'의 국내외 판권도 따내는 등 온라인게임 배급에 역점을 두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밖에 엔터테인먼트 펀드(약 500억 규모)와 음악펀드(약 200억 규모)를 운영하고 있다. ◇KT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지 4년째를 맞고 있는 KT는 작년에 외부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KT그룹 콘텐츠 사업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SK텔레콤에 선수를 빼앗긴 콘텐츠 시장의 만회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KT는 이를 위해 올해 콘텐츠 확보에 770억원을 투자하고 주문형 비디오(VOD)나 음악 등 풍부한 콘텐츠를 갖추기 위한 적극적인 콘텐츠 확보 전략을 수립키로 했다. KT는 영화제작의 경우 지난해 인수한 싸이더스FNH, 음악은 KTF의 도시락, 게임과 교육분야의 주요 콘텐츠 제공업체(MCP)는 KTH가 각각 맡는 형식으로 올해부터 콘텐츠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51%의 지분을 확보한 사이더스의 경우 기존의 배급권을 넘어 1년에 10편 정도 제작되는 영화의 유통권 자체를 확보할 방침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지분투자나 인수ㆍ합병(M&A)을 하기에는 이미 상위 5개업체가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져 시장진입 방법을 놓고 다각도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e-러닝 시장의 경우 KT가 중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비즈메카와 마찬가지로 유선시장을 확보한 KT가 여러가지 장점이 많다고 보고 학원연합 등과의 결합을 통한 시장 진입을 조만간 시도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콘텐츠 시장에서의 승리는 아직 예측하기 이르다"며 "오는 2010년을 목표로 전략적 제휴나 M&A 등을 통해 각종 콘텐츠를 확보해 IPTV나 와이브로와 같은 신규 플랫폼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통신시장의 양대 산맥인 KT와 SK텔레콤의 콘텐츠 확보 전쟁은 컨버전스라는 시대적 조류와 맞물리면서 향후 케이블TV 등 방송업계를 비롯한 국내 콘텐츠 시장 전반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