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10만원의 적은 돈으로 노트북PC 디지털카메라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의 모델이 바뀔 때마다 교체 구입하는 '디지털 스와프족(族)'이 늘어나고 있다. '교체비용으로 10만원을 넘기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면서 평균 5개월을 주기로 노트북PC를 최신 모델로 바꿔 쓰고 있는 대기업 부장 박주성씨(40)는 디지털 스와프족의 전형적인 예다. 그의 비결은 온라인 장터를 샅샅이 찾아다니며 기존 제품은 최대한 비싸게 팔아치우고,최신 제품은 되도록 싸게 구입하는 것.가진 물건을 높은 값에 되파는 그의 노하우는 덤 마케팅이다. 전기면도기 시계 컴퓨터 주변기기 등 평소 쓰지 않는 제품을 덤으로 끼워주는 방식으로 원매자를 물색,원하는 값에 물건을 판다. 박씨는 이런 식으로 작년 9월 172만원을 주고 구입한 삼성 센스 노트북(NT-X20/W160)을 최근 옥션에서 142만원에 팔고 LG전자 X노트(LS55-1X4U4)를 148만원에 장만했다. 교체비용으로 단돈 6만원만 추가한 셈이다. 박씨와 같은 디지털 스와프족이 늘어나면서 최근 온라인 중고장터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31일 마켓플레이스 옥션에는 한국후지필름이 작년 말 내놓은 디지털카메라 '파인픽스 Z2(출시가 43만9000원)'가 38만5000원(512MB 메모리카드 경품)에,올초 출시된 LG전자 노트북 X노트 'M1-JDUO1(출시가 170만원)'은 150만원에 각각 매물로 올라왔다. 판매가는 제품의 출시 시기와 상태에 따라 제 각각이지만 판매자의 노하우,어떤 경품을 붙여 파느냐 등에 따라 신제품에 준하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옥션의 IT 관련 카테고리에서는 출시 3개월 미만의 '무늬만 중고'인 매물이 수만여건에 달한다. 올 들어서만 IT 제품을 구입한 뒤 3개월 이내에 되판 회원이 1만6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는 신세대 등의 잦은 IT기기 교체 수요에 따른 온라인 중고품 거래 규모가 연간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디지털 스와프족은 신제품 마니아인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보다 제품 교체 주기가 더 빠른 게 특징.IT 제조 및 유통업체들도 얼리 어답터의 바통을 이어받아 막강한 구매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들 스와프족의 소비행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특정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는 데다 '얼리 어답터'와 달리 쓰던 제품을 처분,교체비용 등의 재원을 조달한다는 측면에서 '헝그리 어답터(hungry adopter)'로 불리기도 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