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한국 남자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112위.삼성증권)의 연습 파트너였고 2003년 데뷔 후 지난해 호주오픈테니스에서 단식 4회전(16강전)에 올라간 것이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인 무명 마르코스 바그다티스(세계랭킹 54위.키프로스)가 올 호주오픈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182cm, 80Kg으로 테니스 선수로는 그리 크지 않은 체격인 바그다티스는 26일 단식 4강전에서 4번 시드의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과 맞붙어 두 세트를 내주고 벼랑에 몰렸으나 세 세트를 연거푸 따내는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결승에 올랐다. 올해 21살로 지중해 남동쪽의 섬나라 키프로스 출신인 그는 호주오픈 전까지 지난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스위스 바젤오픈 준우승이 최고 성적. 2003년 프로에 입문한 뒤 벌어들인 수입도 39만 2천11달러에 그칠만큼 철저한 무명 선수다. 그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에는 이형택의 연습을 도와주는 파트너에 불과했으나 2년 연속 호주오픈에서 이형택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올리며 대조를 이뤘다. 이형택은 2년 연속 호주오픈 1회전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 윔블던오픈, US오픈에서 모두 1회전에서 탈락한 바그다티스가 이번 호주오픈에서 거둔 성적은 그야말로 경이적이다. 4강전에서 '강서버' 앤디 로딕(3위.미국)을 눌러 언론의 주목을 받은 그는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의 간판 선수인 이반 류비치치(5위)를 물리쳐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를 꺾을 호적수로 지목됐던 날반디안마저 제압하면서 테니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키프로스 출신으로 메이저대회 단식 결승에 진출한 첫 선수라는 새 역사를 창조한 바그다티스는 호주 멜버른 현지에서 그리스계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더욱 힘을 내고 있다. 키프로스는 원래 그리스인들이 살던 곳으로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 터키계의 이주가 시작됐고 지금 인구는 그리스계 80%와 터키계 20%로 이뤄졌다. 지정학적으로나 심정적으로 그리스와의 친분이 두터운 나라다. 로이터통신은 27일 바그다티스가 호주오픈에서 선전하면서 수많은 그리스계팬들이 멜버른 코트를 찾아 대형 국기를 흔들며 축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응원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는 그는 결승전을 앞두고 "아직 끝나지 않았고 꿈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집중하겠다"며 우승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