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노무현 대통령이 새해 대국민 연설에서 빈부 격차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조세부담률을 올리는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세부담률은 모든 국민들의 세금부담 정도와 직결되는 폭발력이 큰 사안이다. 그런 만큼 대통령의 발언 강도와 실행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될 만하다. 청와대는 이런 얘기가 흘러나오자 김영주 경제정책수석이 나서 "신년 연설에는 조세부담률이나 조세 개혁이라는 내용은 일절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다'는 게 대통령의 기본 인식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양극화 강조=세금 인상' 양극화를 주제로 한 노 대통령의 신년 연설에 관심이 집중되자 청와대는 16일 "대통령은 양극화의 심각성을 설명한 뒤 그 해법 마련을 위해 정치권과 여론 주도층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당부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 문제를 포함해 정부 재정의 역할을 선진국과 비교하는 언급은 할 수 있지만 (조세부담률 인상과 같은) 구체적인 제안은 하지 않을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연설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신년 기자회견과 다음 달 25일로 예정된 노 대통령 취임 세 돌 기자회견의 예고편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취임 세 돌 기자회견에선 '한국의 미래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때문에 신년 연설에선 양극화의 심각성만 강조하고 구체적 해법은 두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밝힐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이 제시할 양극화 해법은 '빈곤층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는 수밖에 없다'는 게 핵심이 되리라는 예상이다. 그는 작년 8월25일 KBS의 '참여정부 2년6개월 대통령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제가 성공한 나라라고 지적한 나라는 국민부담률(조세+사회보장기여금부담/국내총생산)이 50%를 넘어가는 나라들인데 우리나라는 25%이고 조세부담률은 19%"라며 "국민부담률 중에서도 조세부담률이 높을수록 건강하고 좋은 것인데 이것은 좀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뭘 얼마나 올릴까 정부가 조세부담률을 올린다면 도대체 무슨 세금을 얼마나 인상할까. 재정경제부는 이와 관련,"지금으로선 구체적으로 세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건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재경부 관계자는 "중·장기 세제개혁을 위해 각종 비과세·감면 조항을 줄이고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 등의 탈세를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과세·감면을 줄이고 전문직 탈세를 막는 정도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란 불가능하다. 정부가 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가 큰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의 세율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정부는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35%)이 일본(37%) 중국(45%)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7.3%)보다 낮다고 설명해 왔다. 부가가치세율(10%) 역시 OECD 평균(17.7%)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조세저항 거셀 듯 그러나 정부의 세금 인상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조세 저항이 거셀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지방 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감세를 통해 국민 세부담을 줄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양극화 해소 재원 마련을 위해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일부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세금 인상은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며 "과연 정치권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세금부담률 인상을 추진하더라도 정권 말이란 시기상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실행 여부는 다음 정권의 몫"이라고 예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