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용적률 상향이 무산된 대치 은마나 개포 주공아파트 등의 호가가 오히려 올랐다는 시세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실망 매물로 호가가 내릴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 같은 이상 현상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판교신도시 분양 임박 외에 청담동 한양의 35층 재건축 허용 등으로 장기적인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상당수다. 이에 대해 현장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물 부족 등이 불러온 '급매물 착시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물 한두 개가 전체 호가를 끌어내리고 다시 이 급매물만 팔리면 전체 호가가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강남 재건축 시세는 지난해 8·31대책 직후 한번 크게 휘청거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 후로는 용적률 상향 등의 갖가지 기대감으로 8·31대책 직전 수준으로 호가가 빠르게 회복됐으며 최근에는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하지만 각종 시세 조사에서는 그동안 몇 번씩이나 호가가 출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급매물에 의한 착시 현상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호가를 수천만원 낮춘 급매물이 나오면 동일 평형의 매물 호가가 모두 내린 것으로 간주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즉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원래 그대로의 호가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급매물만 팔리면 원래 호가의 매물만 남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하지만 이 같은 현상도 시장에서는 호가가 올라간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최근 대치동 은마의 호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시세 조사에 반영되는 속도가 늦은 특성 외에 오는 5월 지방선거에 대한 기대 등으로 호가를 떨어뜨리는 급매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물 부족 등 착시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매물이 없다는 것이 급매물에 의한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강남권에서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갖가지 규제에도 계속 보유하겠다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잠실동 C공인 관계자는 "강남권의 대부분 단지에서 유통 가능한 가구수는 전체의 10%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때문에 급매물 몇 개로 호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합원 지분 전매가 제한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이 같은 왜곡이 더욱 심하다는 것. 또 일부 부녀회나 반상회 등에서 시세가 내린 매물이 출현해도 호가가 내린 것으로 공표되지 않도록 중개업소에 압력(?)을 가하는 것도 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가 내려도 원래 호가 그대로 시세조사 기관에 알리지 않으면 항의 차원을 넘어 완전히 '왕따'를 당한다"고 귀띔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