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선 < 한국조세연구원장 > 지난 2003년 이후 3~4%의 낮은 성장률을 나타내던 우리 경제는 올해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인 5%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극심한 내수부진의 원인이 됐던 가계부채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됐고, 민간소비도 정상화돼 성장의 내용을 견실하게 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수출 역시 2003~05년에 이어 올해도 두자릿수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물가수준도 2003년 이후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주식시장은 시중 부동자금의 흡수로 사상 최대치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모습이 물가안정에 기초한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는 등 좋은 모양을 갖춰 가고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성장잠재력 둔화와 경제 양극화라는,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쉽게 치유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더 이상 과거의 7~8%대 고성장세를 지속하기 힘든 성숙기의 경제발전단계를 경험하고 있다. 기록적인 출산율 저하와 OECD 국가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등으로 인한 실제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의 둔화는 노동투입에 의한 성장에 뚜렷한 한계를 지우고 있다. 경기순환적 요인에 의한 기업의 투자부진과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자본투입의 증가에 따른 과거의 성장세를 기대하는 것 또한 어렵다. 이처럼 요소투입의 둔화 추세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위한 R&D 투자확대와 고효율,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돼온 경제 양극화는 2003년 이후 내수침체에 의한 경기부진으로 추세 이상으로 확대돼 왔다. 올해에는 경기회복과 함께 양극화가 다소 완화될 전망이지만 세계화와 기술진보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한 양극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저소득층에 대한 기초적인 생활보장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교육훈련 등 사람에 대한 투자노력을 강화해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제·사회여건 변화로 향후 재정지출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조세수입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최근 한국조세연구원의 추계에 의하면 2005년 현재 GDP의 6% 수준인 사회복지·보건 지출이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특별한 지출 프로그램의 도입이 없는 상태에서도 2015년께 7.5%, 2035년에는 13.7%로 급속하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수요를 다른 분야의 지출감축을 통해 충당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성장률 둔화 및 주요 세원인 내수기반 약화와 더불어 국제조세경쟁 등으로 세입증가세도 둔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재정지출의 전반적인 효율성 제고 및 분야간 재배분 등을 포함한 재정의 지속 가능성 유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성장의 속도가 빨랐듯이 경제양극화,빈부격차,고령화 속도 등 전반적으로 사회의 변화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이런 여건은 우리에게 또 한번의 도전기회를 주고 있다. 우리는 유럽의 유수 국가들이 복지국가의 함정에 빠져 성장이 정체되고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성장과 복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