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하고 믿음직한 여당"(김한길 의원), "소통과 통합, 희망의 여당"(배기선 의원) 3선 중진의 김한길 의원과 배기선(裵基善) 의원이 각자의 슬로건을 내걸고 열린우리당 새 `원내 사령탑'에 도전한다.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적극 검토했던 신기남(辛基南) 의원이 지난주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당초 유력했던 `3파전' 구도가 `양자 대결'로 압축된 것. `표밭 다지기'에 일찌감치 나섰던 김한길 의원은 지난 9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고, 사무총장으로서 당무를 챙기기에 바빴던 배기선 의원은 김 의원보다 다소 늦은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원내대표 도전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특히 3파전 구도에서 2파전 구도로 바뀜에 따라 두 의원은 결선 투표없이 근소한 차이로 단판 승부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 만큼 동료의원을 대상으로 한 두 의원의 대결은 금주부터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당규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인 73표 이상을 얻으면 원내대표로 선출된다"며 "양자대결로 압축됐고 두 의원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인만큼 원내전략 추진력과 정책조율 능력 등이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내에선 `추진력'에는 김 의원에, `조율 능력'엔 배 의원에 각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이는 두 의원이 내건 슬로건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두 의원이 원내대표 자질과 능력면에서 수위를 다툼에 따라 인기투표와 계파투표의 두 가지 요소가 원내대표 경선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당내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두 의원은 "특정계파의 지원을 받는다"는 당내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하나같이 일축하며 동료의원들과의 일대일 접촉을 강화하는데 전력하는 분위기다. 원내대표 자리의 성격상 계파색이 옅은 중도노선 인물이 선호되는데다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두 상임고문이 출마하는 `2.18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쪽 진영의 `당의장-원내대표' 독식반대 여론이 높다는 점을 반영한 행보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발품파는 스킨십'을 앞세워 144명 소속 의원 가운데 대부분을 한번씩은 다 만났다는 후문이며 뒤늦게 출발한 배 의원은 `특유의 친화력'을 무기로 표심장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파전' 양상에서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됨에 따라 계파투표도 승부를 가를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배기선, 신기남' 양자카드를 놓고 고민하던 김근태 고문계가 신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배기선 단일카드'로 선택이 용이해졌고 이에 경계심을 느낀 정동영 장관계도 김한길 의원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2파전 구도인 만큼 계파색에 따른 고정표는 이미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30∼40명 가량의 `무계파' 의원들의 표심이 경선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