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술추격이 우리나라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7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시장에 뛰어드는가 하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는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浮上)했다. 또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북미 오토쇼에서는 쯔유젠이란 소형자동차를 출품, 독자 브랜드 자동차 육성에 대한 야심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머지않아 전자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이 더욱 격화되면서 중국의 위협이 현실로 닥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우리가 특히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중국의 추격이 다른 개도국들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다. 이것은 기술자립에 대한 국가적인 의지가 강하다는 것 외에도 중국의 치밀한 기술획득 전략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것이 외국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기술흡수로 연결시키는 전략이다. 게다가 중국은 큰 시장을 지렛대 삼아 자국에서의 기술표준은 세계표준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의 기술추격에 가속도를 붙여주고 있는 요인들은 많다. 아예 외국기업들을 통째로 인수합병하는 등 해외투자에 눈을 돌려 기술획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여기에다 화교 자본과 기술의 동원, 대만 자본과 중국 기술의 결합 여부에 따라 중국의 추격(追擊)은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로서는 단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더 긴장감을 갖고 대응전략을 세워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이 7세대 LCD 패널에 뛰어들면 우리는 8세대로 옮겨가면서 기술우위를 지켜나가야 한다. 중국이 추격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달아나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이동해가는 구조조정 전략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중국이 완제품을 위협하면 첨단 부품ㆍ소재 등에서 경쟁력을 키워야만 그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신산업과 서비스업의 경쟁력 등 새로운 성장원천 개발에도 더욱 박차(拍車)를 가해야 한다. 중국과의 기술경쟁력 격차가 짧게는 2년이고, 길어야 10년 정도라는 것이 각종 연구기관들의 분석이고 보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정말 길지 않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