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 KDI 원장 >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도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있으며 특히 산업 간의 격차,임금격차 및 소득격차로 생긴 양극화 현상의 해소가 현안과제다. 양극화는 경제구조가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이행하게 됨에 따라 일어나는 세계적 현상의 하나다. 고용증대를 수반하는 대량생산체제에서 소수의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집약산업을 주축으로 산업구조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부문과 그렇지 못한 부문 간에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해 격차가 더 벌어졌고,최근 신용카드 거품이 걷히면서 생긴 내수부진으로 인해 문제가 더 심각하게 됐다. 다행히 올해 경기회복 기조를 잘 지켜나간다면 양극화 문제를 다소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외환위기 직후 0.283에서 0.312로 악화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불황은 소득격차를 커지게 하고 호황은 이를 완화시킨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양극화는 경기순환과 관계없이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IT 등 새로운 산업의 고용기회를 확충함과 아울러 섬유 의복 등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영화 게임 등 문화산업은 주5일 근무와 지상파 위성방송 등 기술의 발달에다 한류열풍에 힘입어 고용창출 기회가 많다. 한편 포화상태에 있는 자영업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식당 수는 60만개로 인구 80명당 한 개꼴인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외환위기 후 전체 자영업자의 숫자는 620만명으로 늘어났는데 그 결과 자영업자의 평균소득은 1996년 301만원에서 2004년 248만원으로 떨어졌고 임금근로자의 소득에 비해서도 낮아졌다. 따라서 앞으로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해 무분별한 창업을 억제하고 일자리 정보제공으로 전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협력도 필요하다. 포스코에서 성과공유제를 통해 협력업체의 임금을 2003년 본사의 58% 수준에서 2007년 70%까지 끌어 올리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처럼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교육과 직업훈련에 대한 정부의 투자도 늘려야 한다. 교육기회의 격차는 부모의 격차를 자녀의 격차로 이전시켜 사회적 이동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결과적으로 경제의 역동성 및 생산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자립능력이 부족한 소외계층을 위해서는 기초생활보장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바우처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급하는 쿠폰으로 수혜자가 자기 실정에 맞는 직업훈련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제도로서 노동부가 훈련계좌제라는 이름으로 도입할 예정인데 다른 부처에서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마이너스 소득세제라고 하는 근로소득보전세제 도입을 위한 환경을 조기에 구축해 복지 지원과 생산 활동을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극화로 인한 경제 사회적 갈등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성장잠재력을 해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며 소외계층을 지원해야만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