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최고경영자(CEO)직은 내각으로 가는 지름길?'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 기관장의 장·차관 발탁 인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과거 '낙하산 인사'를 통해 잠깐 쉬었다 퇴직하는 자리로 인식돼왔던 공기업 기관장 자리가 이제는 정부부처 수장으로 올라설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관료나 정치인들의 예비 시험대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초 경제관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정자치부 장관에 취임한 오영교 전 KOTRA 사장.오 장관은 지난 2001년 4월 KOTRA 사장 부임 후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한때 무용론까지 나오던 조직을 명실상무한 무역·투자 진흥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KOTRA 조직을 현장 중심으로 재편,해외 무역관에 인력을 전진 배치하는 한편 공기업으로는 처음 고객관리시스템(CRM)을 도입해 사업과 서비스를 고객 중심으로 바꿔 놓았다. 이 같은 혁신으로 KOTRA는 매년 하위권을 맴돌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2003년 2위에 이어 작년에는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오 장관은 여세를 몰아 정부조직의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 장관은 성과중심의 행정혁신을 주도하고,직원들의 동참을 유도하면서 취임 1년 만에 행자부에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선정 2005년 고객서비스혁신상 최우수상을 안겨줬다.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도 한국전력 사장 시절 지속적인 경영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힘쓰며 일찌감치 CEO(최고경영자)의 자질을 인정받았던 케이스. 그는 한전 사장 취임과 함께 우선 인사관리 제도에 경쟁체제를 도입,연봉제를 3직급(차장급) 이하로 확대하고 인사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다면평가제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물품 구매와 공사 용역 부문에서 '전자입찰제도'를 도입,비리 발생의 여지를 줄이고,전자결제 확대 등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바꿔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2004년 7월 취임한 조환익 산업자원부 차관은 지난 2001년 차관보(1급)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으나 정부 유관기관인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직을 발판으로 다시 공직에 복귀한 경우다. 그는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신규 사업을 발굴,10명 안팎이던 재단을 3년 만에 100여명의 조직으로 키워내는 등 조직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지난해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전력의 한준호 사장도 1·2개각 때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등 당분간 혁신적인 공기업 CEO들의 중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확실한 성과위주의 평가를 강조하고 있어 과거처럼 CEO들이 대충 지내다 떠나는 식의 관행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CEO들이 재직시 지나치게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등의 부작용도 생기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