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싸이월드 비밀번호 알려고 날샌 적도 있어요. 그런 적 없으세요?"


비범한 기억력으로 연상의 여자친구를 괴롭히며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누구야' 코너를 이끌어가는 김범용(26)이 웃으며 되묻는다.


100일 전 처음으로 지하철 2호선을 같이 탄 날 여자친구가 굽높이 6.5cm의 에나멜 구두를 신고 샤이니 펄섀도우로 눈화장을 했던 걸 줄줄이 읊어대는 김범용은 코너 내내 연상의 애인 한지형을 타박하고 칭얼댄다.


스토킹에 가까운 극단적인 설정에 가끔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지만 옆구리쯤 숨겨둔 호기심과 약간의 관음증을 발동시키면 한층 공감하며 박수칠 수 있다.


이제 시작한 지 한달여.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포맷에 힘을 싣는 건 구체적인 묘사다.


'롱래쉬 마스카라 블랙 3호'와 '굽 6.5cm 에나멜 구두' 같은 단어가 김범용의 입에서 튀어나올 때마다 방청석의 환호도 함께 튀어나온다.


일상을 낚아채는 재치에 좀더 일상의 세세함을 파고드는 노력을 더한 데 대한 보상인 셈.


아직까지는 김범용의 현란한 말놀림에 응대를 해주는 정도인 연상의 여자친구 한지형(21)은 '누구야' 코너가 첫 무대다.


동그란 얼굴에 여성스런 머리스타일로 영락없는 '누나'의 모습이지만 실제 나이도 김범용보다 어리고 SBS 공채 기수도 두 계단 아래다.


놀라운 것은 7년간 백댄서를 한 경력. 코너에서 살짝 보여준 춤 실력은 그야말로 맛보기다.


"춤을 출 때는 정말 빠져서 했어요. 진로를 바꿀 때도 많이 고민했는데 춤보다 개그가 더 어렵네요. 아이디어 싸움이니까요."


춤에서 코미디로 길을 트는 것도 쉽지 않았고 막상 들인 길도 쉽지 않지만 신인이라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많아요. '누구야'에서 제 캐릭터를 더 연구해보려구요. 춤도 아직 제대로 안 보여 드렸어요. 하하"


여자친구와 나누는 대화에서 힌트를 많이 얻는다는 김범용의 타박이 다시 시작된다.


"지형이가 아직 제대로 연애를 안 해봐서 잘 몰라요"


한지형도 지지 않는다.


"선배가 평소에도 애교를 부려서 얼마나 난감한데요."


그렇지만 머리 싸매고 함께 코너를 만드는 '짝꿍'인 만큼 금세 사이좋게 '누구야' 화제로 돌아온다.


"우선 '누구야'에 매진하려구요.


잘할 자신은 몰라도 열심히 할 자신은 있거든요. 앞으로 2년은 죽을 각오로 하고 싶어요.


그 다음에요? 또 열심히 열심히죠."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