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시시 웃자하니 소인(小人)의 행실같고,허허허 웃자하니 남들이 요란히 여길 것 같아 웃음마저 참아야 했던 게 우리 민족이었다. 웃음이 자칫 시비의 대상이 되어 다투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엄격한 유교사상 탓이었다. 때문에 얼굴은 감정의 표현이 없이 항시 근엄한 표정을 지어야 했고,행동 역시 가벼이 할 수 없었다. 웃지 않는 국민들이 걱정스러웠던지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이런 제안까지 할 정도였다. "아가는 방긋방긋,여자는 방실방실,남정네는 벙긋벙긋 웃으며 살자"고.낡은 관습을 뜯어고치자며 '국민개조운동'을 벌였던 도산 선생다운 발상이다. 몇 년 전 범사회적으로 전개됐던 '스마일 운동'도 따지고 보면 이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나눌수록 커지기만 할 뿐 결코 줄어들지 않는 웃음이 건강에 그만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웃음은 뇌하수체에서 엔돌핀을 만들어 내고,부신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고,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을 분비시킨다고 한다. 하루에 몇 번만 웃어도 수명이 몇 년 연장된다고 하는 얘기들이 결코 과장은 아닌 것이다. 일소일소(一笑一少)라 하지 않는가. 새해 들어 웃음이 '최고의 명약'이라며 세계적으로 '웃자 운동'이 번지고 있다. 좀체 웃지 않는 보수적인 독일에서조차도 '웃기 학교'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미 국방부는 이라크 파병가족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폭소 클럽'을 운영중이다. 이스라엘도 정착촌에 '웃기 클럽'을 열어 정착민들의 압박감을 해소시켜 준다는 소식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도 사기업체는 물론 관공서에서 웃음 특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웰빙과 생존전략 차원에서 웃음 배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유명 코미디언은 오는 2월께 '웃자 코리아' 국민운동본부를 발족시키겠다는 공언까지 했다. 웃음은 바이러스처럼 전파력이 강해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도 즐겁게 바꾸어 놓는다고 한다. 새해에는 자신과 이웃을 위해 '크게 웃으며 살자'고 마음 한번 먹어보자.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