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의 샤빈(夏斌) 소장(55)이 중국 경제를 얘기하면 세계가 주목한다. 그가 내놓는 경제 전망이나 위안화 환율 전망은 외신을 통해 비중 있게 소개된다. 베이징 시내 옛 외교부 터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에서 만난 샤빈 소장은 작년처럼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한번에 올리는 식의 정부 주도 절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그렇지만 상하 0.3%로 제한된 하루 환율변동폭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방 국가들이 우려하는 금융 위기는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샤빈 소장으로부터 중국 경제 전반에 관해 들어 봤다. [ 대담 = 오광진 베이징특파원 ] -------------------------------------------------------------- -올해도 중국 경제가 고성장을 이룰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수적으로 예측할 경우 올해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8%를 훨씬 넘어설 겁니다. 성장률이 너무 낮으면 실업이 확대되는 등 여러 가지 모순이 생기기 때문에 정부도 비교적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최대 관심은 위안화 절상입니다. 작년처럼 일시적인 절상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위안화 가치는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시장 요인에 따라 정상적인 변동을 거듭하면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작년 7월처럼 인민은행에서 한번에 위안화를 절상하고 발표하는 식의 인위적인 절상은 없을 겁니다. 상하 0.3%로 제한된 하루 환율변동폭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1994년 환율 개혁 후 상하 0.3%의 변동 범위를 확정했고 실제로 97년 외환위기 전까지 위안화는 올랐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환율 안정을 위해 사실상 환율을 고정시켰다가 작년 7월 복수통화 바스켓을 감안한 환율제를 시행하면서 유연성을 확대했죠. 앞으로도 유연성은 갈수록 확대될 겁니다." -위안화 가치 상승이 중국 경제에 미칠 충격도 적지 않을 텐데요. 정부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습니까.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해 내수확대 정책을 펼 계획입니다. 내수확대 정책은 우선 농민의 소득 증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농촌 의료 등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개인소득세 면세점이 올해부터 월 800위안에서 1600위안으로 올라간 것처럼 빈곤 인구에 대한 지원도 확대될 겁니다." -금융회사들이 안고 있는 막대한 부실이 중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잠재적인 폭탄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중국 당국은 금융권의 부실 채권에 대해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부실채권 처리를 해 왔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그 작업은 더 빨라졌습니다. 중국에서 금융권 대출의 95%는 은행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들 은행 자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4대 국유은행 중 건설 중국 공상 등 3개 은행이 이미 주식회사 형태로 체제를 바꾸고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부실 채권을 처리하는 재무 구조조정을 끝내가고 있습니다. 그 중 건설은행은 지난해 홍콩 증시에서 성공적으로 상장까지 했습니다. 나머지 농업은행에 대해서도 점진적인 구조조정이 추진될 겁니다. 내년부터는 은행업이 전면 개방됩니다. 따라서 올해 말까지 은행업의 현안 문제는 거의 해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위기 발생은 중국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4대 국유은행 외 금융 개혁도 문제 아닌가요. "120여개 지방 은행들도 외자 유치를 적극 시도하고 있으며 구조조정을 추진 중입니다. 실제로 상하이은행 난징은행 시안은행이 모범적입니다. 농촌의 3만여개 농촌신용사(신용금고)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3대 정책성 은행에 대한 개혁은 한국과 일본의 산업은행을 벤치마킹하여 재무구조 개선과 경쟁력 제고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WTO 가입 후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외자 금융회사의 중국 진출도 크게 늘었는데요. "작년 10월 말 현재 16개 중국 은행에 대해 16개 외국계 금융회사의 투자 계획이 승인됐습니다. 투자 금액은 165억달러로 중국 은행권 전체 자본금의 15%에 달합니다. 외자가 중국 은행에 투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중국 은행이 전국 각지에 구축한 점포망과 이들이 보유한 고객을 활용하자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중국 경제 전망을 밝게 보고 미래를 사는 겁니다.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라는 얘기입니다. 중국 은행들로서는 외자 유치를 통해 부실 채권을 털 수도 있고 선진 경영기법과 서비스를 배울 수 있다는 이점이 큽니다." -중국 당국은 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을 제한하고 있지 않습니까. "외국인이 단독으로 은행에 투자할 수 있는 지분은 최고 20%이고 전체 외국인 지분 상한선은 25%입니다. 지분 상한선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도 은행에 대한 외자 지분이 25%를 초과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토종이 아닌 외자계 은행으로 분류돼 업무 영역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입니다." -외자의 중국 은행 지분 투자가 러시를 이루면서 헐값 매각론이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데요. "한국에도 그런 여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은행의 지분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은 복잡합니다. 가격이 얼마이든 간에 상장 전에 외자를 유치한 은행은 상장 후 지분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헐값 매각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펀드를 통해 은행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중국 경제가 고성장할 수 있는 동력의 하나는 풍부한 자금입니다. 정부 긴축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 그런 자금이 나오는 걸까요. "지방 정부가 토지를 매각하면서 거둔 수입이 많습니다. 2003년에는 5300억위안(약 66조2500억원)이었고 2004년에는 긴축 여파로 줄었지만 그래도 3200억위안(약 40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4년에만 600억달러 넘게 들어온 외자나 9500억위안(약 118조7500억원)으로 추정되는 민간 자금도 투자 재원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거둔 고수익도 투자 재원을 확대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긴축이 본격화할 즈음인 2004년 2·4분기의 경우 중국 기업의 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45% 증가했었습니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국별로 비교하면 한국이 홍콩과 조세 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를 제외할 경우 일본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제조업 위주입니다. 금융 분야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중국에서 제조업 외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기회는 많습니다. 특히 금융시장 개방에 주목해야 합니다. 관건은 선택입니다. 중국 주식 시장이 부진하지만 일부 종목의 상승률은 좋습니다. 중국이 2003년 QFII(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 제도를 도입,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A주(내국인과 제한된 외국인에게만 투자가 허용된 위안화 표시 주식)를 개방했지만 한국 금융회사나 기금 가운데 QFII로 승인받은 곳은 아직 없습니다."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