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 좀 봐. 어쩜!"


여자동행들이 들뜬 목소리로 탄성을 지른다.


멀리 왼쪽으로 활처럼 휜 해변을 무심히 바라보던 사람들이 바로 아래 물가로 시선을 바짝 끌어당긴다.


만화의 한 장면이라면 머리 위에 물음표가 둥둥 떠다닐 표정으로 물위를 훑던 이들이 "와"하며 화답한다.


그리 깊지 않은 물속에 어른 주먹만한 물체가 쏜살같이 빠른 속도로 헤엄치고 있다.


이따금 날개를 쫙 펴는 모습하며 주둥이 형태가 영락없는 펭귄이다.


주둥이 앞에는 무리져 있는 모습으로만 형태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작디작은 물고기들이 필사적으로 꽁지를 빼고 있다.


쫓고 쫓기는 물속 레이스는 어찌나 빠른지 금새 시선을 벗어난다.


UFO처럼 순간순간 90도로 방향을 틀 때마다 하얀 뱃살 부분에 되비쳐 번쩍대는 햇살만이 그들의 위치를 확인해준다.



서호주의 중심도시 퍼스에서 아침 일찍 서둘러 닿은 해변마을 록킹햄. 나무를 이용해 기역자 형태로 길게 낸 선착장 위는 뜻밖의 펭귄 출현으로 잠시 들썩인다. 서호주의 인도양을 처음 마주하는 관광객에게는 이 작은 펭귄의 마중이 그렇게 성대할 수 없다.


아웃백이란 단어에 함축된 오지,깨끗한 해변과 투명한 물 속에서의 액티비티 그리고 수만년 이어진 원주민 아보리진의 문화까지 종합선물세트처럼 한데 엮어 경험할 수 있는 서호주,그 중에서도 으뜸인 해변과 바다의 순도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어서다. 모두들 '돌고래 스노클링'이란 오늘의 여행주제를 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다.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선착장 끝에서 아침 낚시를 즐기는 한 가족의 표정은 의외로 심드렁하다. 한 개그맨의 말투를 빌자면 "그까이꺼,늘 보는 건데 뭐"하는 식이다. 돌고래 스노클링 안내업체 록킹햄 돌핀스의 대표 테리 호슨씨도 "더 멋진 서호주의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며 기대감을 부풀린다. 바로 돌고래,그것도 100% 야생 돌고래와 함께 하는 물속 나들이다.


배가 선착장에서 옆구리를 떼자 도우미들이 장비를 나눠준다. 팔과 다리까지 감싸는 두툼한 잠수복과 숨대롱 달린 물안경 그리고 허리벨트가 전부. 허리벨트는 예닐곱 명씩 다른 색깔이다. 물안경 안쪽에 김서림 방지제를 뿌린 뒤 물로 헹구고,허리벨트를 질끈 조여 매면 준비 끝이다. 잠수복은 엉덩이까지만 걸쳐 상반신 부분을 드러낸 채 편안히 앉는다.


배는 바로 앞 가든아일랜드 쪽으로 빠르게 질주한다. 바다는 평범하다. 갈수록 깊어지는 듯 물색이 검푸르다. 물결이 잔잔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동남아 지역의 산호초 스노클링 포인트와 사뭇 다른 환경이다.


배의 속도가 뚝 떨어지는가 싶더니 "돌고래다"하는 소리가 들린다. 왼편으로 돌고래가 불쑥 튀어 올랐다 사라진다. 몇 마리쯤 그 뒤를 따라 배밑으로 파고 든다. 출발 전 "어제는 60여 마리였는데 오늘은 몇 마리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러워 하던 호슨씨가 맘을 놓을 수 있게 됐다. 각고의 노력 끝에 로고라는 암컷 돌고래를 사귀고 부메랑과 링고라고 이름붙인 돌고래와도 친해져 돌고래 스노클링을 탄생시킨 그의 경험대로라면 돌고래를 곁에 두고 스노클링할 수 있는 확률은 99%. 예상보다 일찍 돌고래를 만났는지 "오늘도 꽤 여러 마리와 놀 수 있겠다"며 환히 웃는다.


배의 엔진소음이 뚝 끊기고,도우미들이 노란색 추진기를 들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허리띠 색깔로 구분된 조별로 본격 스노클링에 나선다. 낙오할 염려는 없다. 맨 앞 사람은 도우미의 허리벨트를 잡고 그 뒷사람은 앞 사람 허리벨트를 잡는다. 스노클링 자세로 편안히 엎드려 방향을 틀 때 마다 좌우 손을 바꿔 앞 사람 허리벨트를 잡으면 만사 오케이다.


물 속은 잠시 탁해졌다 이내 맑아진다.


순간 상상도 못할 장면이 펼쳐진다.


숨대롱을 단단히 문 입이 딱 벌어질 참이다.


2~3m 아래 돌고래 무리가 휙 지나간다.


그 돌고래 무리가 다시 돌아왔는지 이번엔 허연 배를 드러내며 몸을 한 바퀴 비틀고 물밑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노란색 추진기를 잡은 한 도우미가 그 뒤를 따른다.


스노클링하는 사람들 가까이로 돌고래를 유도하는 베테랑 도우미다.


끝인가 싶었는데 저 밑에서 올라오는 추진기의 노란색이 점점 더 또렷해진다.


땅을 박차고 오르는 로켓인 양 그 기세가 맹렬하다.


굉장히 큰 엔진소음이 들리는 듯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수면 위로 급부상한다.


돌고래들은 그를 우두머리로 알았을까.


몸을 흔들며 수직으로 급상승,줄줄이 물 밖으로 몸을 내던진다.


철퍼덕 소리가 이어진다.


놀이공원의 돌고래쇼 모습 그대로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 돌고래들이 100% 야생이라는 것.


록킹햄 돌핀스팀의 돌고래 야성보호 원칙은 철저하다.


절대로 먹이를 내밀며 꼬시지 않는다.


돌고래들이 다니는 길목에 잠시 내려 한바탕 놀 뿐이다.


이 돌고래 스노클링이 값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산호초 스노클링이 잔잔한 게 마음을 환히 해주는 무엇이 있다면 이곳 돌고래 스노클링은 가위 폭발적이다.


온몸에 불끈불끈 힘이 솟는 것 같다.


돌고래 스노클링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돌고래들도 제 갈길이 있기 때문이다.


배는 다음에 찾아올 돌고래 무리를 탐색한다.


도우미들은 2층 갑판 위에서 망원경으로 물밑 움직임을 살핀다.


무전기 소리가 긴박해지면 엔진 가속레버가 내려지고,추진기를 잡은 도우미들은 서둘러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돌고래를 붙들어 놀기 위해선 일분 일초를 아껴야 한다.


사람들도 감을 잡았는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조를 맞춰 첨벙 뛰어든다.


두 번째부터는 훨씬 더 편안해진다.


좀더 느긋하게 돌고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시퍼런 바닷물이 두렵지 않고 숨대롱을 통해 느껴지는 자신의 커다란 숨소리에 겁먹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게 3시간 정도. 야생 돌고래와의 스노클링으로 '리얼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단면을 체험한 관광객들의 표정이 밝다.


선착장 양옆으로 펼쳐진 해변은 그 물색과 햇살이 너무 좋아 또다른 목적지로 향하는 발걸음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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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여행 등 서호주 에어텔 6일 상품 판매 ]


서호주는 호주에서 제일 큰 주다.


서유럽 전체 면적과 맞먹는다.


인구는 아주 적다.


200만명밖에 안된다.


대부분의 도시가 인도양을 바라보는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


도시 이외의 지역은 사람의 손때를 타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을 유지하고 있다.


일조량이 많고 햇살도 아주 따갑다.


이곳 사람들이 첫손가락에 꼽는 자랑거리가 '블루 스카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하며 큰 부자들도 호주에서 제일 많다.


노후 연금생활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한다.


아이들 교육환경도 좋아 우리나라 유학생들도 늘고 있다.


주도는 150만명이 사는 퍼스. 한국보다 1시간 늦다.


1호주달러에 752원 안팎. 계절은 한국과 정반대다.


호주 입국을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다.


관광비자의 경우 전자비자시스템(ETAS)으로 처리,대사관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서울에서 퍼스까지 직항편은 없다.


캐세이패시픽항공(02-311-2731)을 타고 홍콩을 경유해 퍼스로 들어간다.


매주 월.수.금.토요일 출발한다.


홍콩에서 퍼스행 비행기를 갈아타는 시간은 1시간. 퍼스에서 돌아올 때는 홍콩에서 1박해야 한다.


27일부터는 비행 스케줄이 추가돼 홍콩에서 자지 않고 곧바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서울~홍콩 4시간,홍콩~퍼스 7시간30분.


야생 돌고래 스노클링 투어 출발지인 록킹햄은 퍼스 남쪽으로 47km 떨어져 있다.


돌고래 스노클링은 9월1일부터 이듬해 3월31일까지 한다.


어른 1인당 165호주달러. 돌고래 관찰투어는 67호주달러(4인 가족 125호주달러),돌고래 관찰과 아보리진 문화체험 상품은 71.40호주달러. 퍼스~록킹햄 교통과 스노클링 장비,선상 스낵 등이 포함돼 있다.


록킹햄돌핀스(+618-9591-1333)


내일여행(02-777-3900),이오스(02-546-7532),투어닷코리아(02-723-0094),워너투어(02-3477-7555),타임투어(02-720-0898) 등이 서호주 에어텔 6일 상품을 판매 중이다.


퍼스에서 3박,홍콩에서 1박한다.


특급호텔 기준 2월12일까지 136만원,2월13~28일 114만원,3월13~31일 106만원. 서호주관광청 한국대표사무소(02)6351-5156


록킹햄(서호주)=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위 기사는 1월 2일자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