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 허용을 권고한 것과 관련, "인권위 결정은 존중하지만 시행 시기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인권위의 결정을 존중하며 국회에서 관련법을 제정하면 지킨다는 것이 군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그러나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허용은 문명의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원론적으로 이해가지만 제도의 확립이나 실시 시기는 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허용은 시기상조라는 국방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병무청 관계자도 "한 나라의 병역제도는 그 나라의 안보상황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손을 대야 한다"며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특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인 '양심'을 객관적인 잣대로 만들어 심사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이런 약점을 악용한 사이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속출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독일과 대만의 대체복무는 안보위협이 있는 시기에 도입했다'는 인권위의 주장에 대해서는 "독일은 전범국가로서 과거역사에 대한 반성차원에서 이 제도를 받아들였으며 대만의 경우 감군정책에 다른 잉여자원 해소책의 일환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반박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복무기간을 길게 하고 근무여건을 열악하게 하면 악용을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리 복무여건이 열악하다고 해도 생명을 담보로 하는 현역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지나치게 긴 복무기간은 오히려 '징벌적 수단화 금지의 원칙'과 배치돼 논란이 일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앞서 전체위원회를 열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헌법과 국제규약상 양심의 자유의 보호 범위 내에 있다며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