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정치인들에게는 희비가 크게 엇갈린 한 해였다. 정치적 입지를 다지며 크게 성장한 인사가 있는 반면 고전을 면치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우선 여권에서 '뜬' 사람은 이해찬 총리와 천정배 법무부 장관,정세균 원내대표를 꼽을 수 있다. 이 총리는 경제 등 내치분야 전반을 챙기면서 실세 총리로서의 입지를 한층 굳혔다는 평가다. 특유의 소신 행보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자주 받았고 이제 명실상부한 여권의 차기 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천 장관은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휘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오면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 일각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천 장관은 '소신의 정치인 이미지'가 부각돼 여권의 차기 주자군에 올라서는 전과를 올렸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도 '뜬 별'에 속한다. 뜻하지 않게 '대타'로 의장직에 오른 정 원내대표는 여권의 오랜 숙원이었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처리해내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는 분위기다. 재선의 김부겸 의원도 40대 기수론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고 있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 물망에 오르면서 여권의 러브 콜을 받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명박 서울 시장과 박근혜 대표가 대표적인 '뜬 별'이다. 이 시장은 '청계천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이 시장은 청계천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다가 최근 한 여론 조사에선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했다. 박 대표는 두 번에 걸친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유력 대선 주자로서의 자기 존재를 한껏 부각시켰다. 비교적 입지가 약했던 당내 기반을 공고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국적을 이탈할 수 없도록 한 국적법 개정 등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강삼재 전 의원은 '안풍(安風) 사건'과 관련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정치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무소속인 고건 전 총리는 올 한 해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꾸준히 수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심대평 충남 지사도 충청 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국민중심당 창당을 성공적으로 추진 중이다. 고전한 사람도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 등 굵직한 정치적 화두를 던지며 반전을 꾀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여전히 낮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전격적인 회동 호재에도 불구하고 한자릿수 지지율 탈출에 실패했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낮은 지지율 정체 상태에서 당 복귀 상황을 맞았다. 문희상 전 의장은 재선거 참패로 중도에 낙마하는 불운을 겪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손학규 경기 지사가 측근이 수뢰 혐의로 구속되면서 '청렴' 이미지에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김덕룡 의원은 지난 3월 행정도시법 처리 이후 빚어진 당내 혼란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