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제작 중단 위기에 놓였던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내년 3월 촬영을 시작한다. 임 감독은 18일 오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새로운 투자자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며, 내년 3월 매화꽃이 한창일 때 전남 광양과 장흥 등지에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투자사와 제작사가 어디인지는 내년 1월에 공개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임권택 감독은 '서편제'의 헤로인인 오정해와 신인 김영민 등을 캐스팅하고 10일께 전남 장흥군 회진면 선학동 마을에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메인 투자사인 롯데시네마가 스타급 캐스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투자 의사를 철회했고 제작사인 태흥영화사도 제작 포기를 선언해 좌초 위기에 놓였다가 최근 새로운 투자자와 제작사가 나서 회생하게 됐다. 이에 따라 임 감독은 오랜 파트너인 태흥영화사 이태원 대표와 손을 놓게 됐다. 임 감독이 이태원 대표의 태흥영화사가 아닌 제작사와 손을 잡고 영화를 만들기는 87년 풍정흥업의 '연산일기' 이후 근 20년 만이다. 이태원 대표는 83년 '비구니'에서 처음 임 감독과 손을 잡은 이래 '씨받이' '장군의 아들' '서편제' '태백산맥' '축제' '창' '춘향뎐' '취화선' '하류인생' 등을 내놓아 예술적인 면에서나 흥행 면에서 한국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성과를 남겼다. 태흥영화사의 송혜선 이사는 "투자자 문제로 잠시 헤어지게 됐지만 인간적인 면에서 두 분 사이가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태흥영화사는 송능한 감독의 신작 시나리오가 나오면 제작에 들어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서편제'의 속편으로 불리는 '천년학'은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삼아 소리꾼 아버지와 눈먼 딸, 이복 동생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