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서울 동시분양이 폐지되면서 이달부터 개별 분양을 추진중인 건설회사들이 대부분 모델하우스에서만 청약을 받기로 해 청약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시분양 때는 서울시 주도 아래 은행에서 일괄 접수를 했지만 개별 분양으로 청약 방법이 자유로워진 뒤 많은 건설사들이 인터넷 청약을 외면한 채 모델하우스에서만 청약을 받기로 했다. 이 때문에 청약자들은 직접 모델하우스를 찾아가야 청약할 수 밖에 없어 맞벌이 부부나 장애인 가정의 경우 청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인터넷 분양이 임의조항이어서 강제할 수는 없다며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다. 쌍용건설은 서울 마포구 창전동 쌍용스윗닷홈 219가구(일반분양)의 청약을 14-15일 이틀간 모델하우스에서 접수하기로 했다. 한화건설도 영등포구 신길동에 분양하는 꿈에그린 288가구의 청약을 모델하우스에서 받기로 하고, 이달 하순 이틀간 1-3순위 청약을 접수한다. 양천구 신정동에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할 세양건설(52가구) 역시 이달 말 모델하우스에서 청약접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건설사들이 인터넷 접수가 아닌 모델하우스에서 청약 접수하는 쪽을 택한 것은 연말연시 등으로 분양 일정이 촉박한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청약 일자가 늦어지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묻혀 계약에 차질이 생긴다"며 "은행과 협의시기를 놓쳐 모델하우스에서 청약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분양시장 침체로 가급적 청약 결과를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전략적인 속셈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D건설 관계자는 "은행에서 청약을 받으면 청약률이 인터넷 등을 통해 고스란히 공개되지만 모델하우스에서 자체 분양하면 결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저조한 청약률이 공개되면 계약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은행청약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모 건설업체의 경우 인터넷 청약은 배제한 채 `청약신청전 몇 천명이 모델하우스를 다녀갔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돌려 간접적인 분양광고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도 연출했다. 모델하우스 청약이 청약일정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것도 업체로선 장점이다. 은행의 경우 보통 각 순위당 하루씩 배정해 청약날짜만 3-4일 걸리는데 비해 모델하우스에서 청약을 받으면 1-3순위 청약을 하루 이틀만에 `속전속결'로 해치울 수 있다. 그동안 순위내 마감이 어려운 지방에서 모델하우스 청약이 유행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아닌 모델하우스에서 청약하면 통장 가입 은행에서 청약순위 확인서를 따로 발급받아야 하고, 별도 시간을 할애해 모델하우스까지 직접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주부 김모(35)씨는 "남편 직장과 아이들 교육 등의 문제로 서울 마포의 아파트에 청약하려고 했는데 모델하우스까지 가야 하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업계는 동시분양 폐지에 따라 서울에서도 모델하우스 청약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H건설 관계자는 "특히 청약률 공개를 꺼리는 비인기지역이나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모델하우스 청약이 성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분양방식은 주택공급에관한 규칙상 임의규정으로 위법이 아닌만큼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교통행정 선진화를 위해 당초 동시분양 폐지후 인터넷 청약시 주민등록등본 등 청약 관련서류를 간소화하고, 공인인증서 발급을 장려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맞지 않는다. 건교부 관계자는 "건설사가 청약률을 높이려면 인터넷 청약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인터넷 청약을 임의가 아닌 강제로 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꿀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정부의 무관심과 업체의 편의주의적 발상이 내집마련을 꿈꾸는 국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서미숙 기자 sms@yna.co.kr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