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 상태를 헤매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모처럼 미소를 머금고 있다. 지난 8월이후 국내외에서 불어닥친 잇단 악재들로 곤두박질쳤던 지지도가 12월 들어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늑장대응 논란과 미 대법관 사퇴 소동, 이라크전 반전 분위기 고조 등 난제들이 겹치면서 한때 35-36%까지 추락했던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이제는 42%까지 급등했다. 이 같은 지지도 급상승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에너지가격 하락과 일자리 확장 등 경제적 요인과 이라크전에 대한 해법 제시 등 정치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제 관심은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치달을 것인지에 쏠려 있다. 미 언론이나 정치 분석가들은 한결같이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간 수세에 몰려있던 백악관이 새로운 공세적, 탈(脫)정치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데 공감한다. 이른바 정치적 공세에는 즉각 반격론으로, 사회적 이슈는 가급적 정치색을 뺀 경제 문제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이달들어 이라크 파견 미군을 즉각 철수하라는 민주당측 요구를 일축하면서 `이라크전 승리론'으로 되받아치는 공세적 자세를 전환했다. 이라크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전 승리론'을 강조한 회견도 12일 연설을 포함, 세번이나 가졌다. 그러면서 부시는 지난주 공화당 중진들로부터 "전쟁 얘기는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수용, 바로 그 다음 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예정에 없던 발표를 했다. 미국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고,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긍정적 경제지표였다. 그 뿐만 아니라 공화당과의 당정 협의를 강화, 국민정서를 파고들기 위한 공동 의제 찾기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간 논란이 돼온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규제강화, 감세 추진과 상속세 폐지 등 세제 개혁 등에 박차를 가한게 그것이다. 워싱턴 타임스는 12일 "부시 대통령이 지난 몇달동안 카트리나와 이라크전 등 여러 악재에 시달린 뒤 본래의 보수적인 핵심 의제로 복귀하고 있다"면서 "백악관의 최근 전략이 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조그비도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과 일부 중도 인사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있다"면서 "경제가 호전된 데다 이라크전에 대한 공세적 자세가 효과를 발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찰리 블랙은 "보수 본연의 의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게 주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미국의 가치'의 게리 바우어 회장은 "이라크전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다시 심어준게 지지도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빅 매치'인 중간선거가 있는 내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데 대체적인 관측이다. 내년초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게 미 언론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아닌게 아니라 AP 통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가 지난 5-7일 총 1천2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 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지난 8월 이래 가장 높은 42%를 기록했고, 주로 백인과 남성, 가톨릭계와 핵심 보수지지층의 지지도가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같은 지지도 회복세가 바닥을 치고 대세론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보수층 지지자들은 "모든 악재가 다 터져나왔기 때문에 이제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부시 정권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회보장 개혁이 몇달째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을 비롯, 칼 로브 기소 사건, 이라크전 악화, 유가 상승 가능성 등 도처에 지뢰밭이 깔려 있고, 이번 지지도 상승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이제부터 부시 대통령이 하기 나름이며, 좀 더 두고 보자"는 관망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