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폐회일인 9일 여야가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충돌함에 따라 연말정국 경색이 심화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 시도를 뚫고 최대 쟁점법안으로 꼽힌 사립학교법 개정 처리를 강행함에 따라 여야관계가 급랭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가 사립학교법 저지 실패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사학법을 둘러싼 여야의 정면격돌은 본회의 처리 이후에도 극심한 후폭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여야의 이 같은 대치는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정국운용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기싸움으로 성격을 띠면서 향후 임시국회 운영 등을 놓고도 가파른 대치가 예상된다. 당장 새해 예산안 처리와 비정규직법 처리가 걸려 있는 연말 임시국회의 정상 가동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여야가 새해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2일)은 물론,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에도 실패함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12일부터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고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이를 공고했지만, 정국이 급랭한 상황에서 의사 일정 합의조차 쉽지 않기 때문. 비록 여야가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른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격한 대치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새해 예산안과 쟁점법안 처리를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조율해 내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편 사학법 본회의 처리와 종부세법 재경위 소위 처리 과정에서 우리당이 민주당.민주노동당과의 `정책 소연정'으로 127석의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을 배제하고 쟁점법안 처리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국회 운영 과정에서 `비(非)한나라 3당 공조'가 계속 위력을 발휘할 지도 주목된다. ◇여야 임시국회 전략 = 우리당은 이날 본회의 폐회직후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한나라당의 `등원'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의 내년 살림살이를 담은 예산안을 원안대로 조기에 통과시켜 국정운영에 안정성을 확보하고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고통도 덜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합의에 의한 국회운영이라는 신사도를 어긴 만큼 일단 임시국회 소집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7일 여당의 국회 재경위 소위 종합부동산세법 표결 처리 이후 국회 상황을 `비상사태'로 규정, 본회의를 포함한 의사일정 전면 거부를 선언한 상황에서 임시국회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역시 새해 예산안 처리의 당위성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인데다 감세안 등 역점 법안 처리를 위해 마냥 임시국회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쟁점법안 처리 전망 = 연말 임시국회가 소집될 경우 새해 예산안과 부동산대책 후속법안, 한나라당의 감세안, 비정규직법안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 예산안을 놓고 정부 원안 처리를 요구하는 여당과 8조9천억원의 대규모 삭감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사이에 입장차가 가장 큰 상태다. 부동산대책 후속법안 역시 정부 원안 처리를 주장하는 여당과 종부세법 과세대상 하향조정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나 여야간 간극이 예산안 만큼 크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나라당 역시 부동산 투기 억제 취지에 동의하고 있고,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8.31 대책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등 시장의 `이상 기류'를 정치권이 외면할 수 없다는 공감대도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대폭 인하와 택시용 액화석유가스(LPG) 특소세 면제 등 한나라당이 역점 추진중인 감세안 역시 대규모 세수감소 우려를 내세우고 있는 여당의 반대로 입법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여야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새해 예산안과 부동산 법안, 감세안을 둘러싼 `패키지 딜'이 시도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리당은 시장의 요구가 절박한 부동산 법안과 새해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한나라당은 감세안 일부 관철을 통해 서민층에 인상을 심어주면서 절충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새해 예산안의 삭감폭 역시 이 같은 `빅 딜' 과정에서 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정규직법안을 두고는 우리당과 한나라당 보다는 우리당과 민노당 사이에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사용 사유제한' 등을 두고 입장차가 큰 상태. 그러나 사학법과 종부세법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당의 공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예상보다 쉽사리 접점이 찾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