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합의한 데 대해 사학법인과 종교단체들이 8일 '신입생 모집 중단'과 '학교폐쇄' 등을 거론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를 폐쇄하려면 교육감이나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사학법인의 일방적인 학교폐쇄에 대한 불가 방침을 분명히했다. 시민 사회단체들은 회기내 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 사학ㆍ종교계 강력 반발…시민사회단체는 '환영' =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학법 직권상정 결사저지 전국 교육자대회'를 갖고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권 퇴진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조용기 한국사학법인연합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사학의 자율을 박탈하고 운영권을 빼앗는 것은 곧 전체주의,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라며 "이번 사학법 개악 기도에 대해 각 정당과 인사들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를 면밀히 주시하고 향후 모든 선거에서 엄중히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문을 닫겠다는 것은 이 나라 교육, 더 나아가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비장한 각오의 마지막 수순이자 표현"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함께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끝까지 싸워서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복종 운동과 함께 헌법소원, 손해배상 청구 등을 검토하는 한편 내년도부터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고 학교폐쇄 수순도 밟아 나가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천주교 사회주교위원회, 원불교, 성균관 , 천도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교계와 선진화교육운동, 교육공동체시민연합,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자유시민연대, 교육살리기학부모모임 등 보수단체들도 사학법 개정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반면 45개 시민ㆍ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사학법의 민주적 개정은 1990년 3당 합당에 의해 탄생한 민자당 시절의 개악으로부터 이어져온 '우리 교육계의 15년 숙명과제'"라며 "국회는 사학법을 회기내 처리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7일 밤 국회의장 공관 앞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 집회를 개최했으며 8일 오전 국회의장 공관 앞에서 사학법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민운동본부는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경실련, 녹색연합,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함께 하는 교육시민모임, 인간교육실현 학부모 연대, 전국교수노동조합,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흥사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방적 학교폐쇄는 불가능" = 교육부는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방침이 확정되지 않아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으나 사학들이 '학교폐쇄'등을 거론하는데 대해서는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사학법인들의 일방적인 학교폐쇄나 신입생 모집 중단 등은 불가능하다"며 "학교폐쇄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근원적으로 침해하는 것이고 학생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도저히 명분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학법인들은 사립학교법 개정과 관련해 학교폐쇄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해선 안된다"며 "학교 폐쇄 주장은 사립학교법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한 엄포용일 뿐 실제 현실화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추진 경과 및 국회의장 중재안 =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17대 총선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공약을 내걸었고 이에따라 지난해 10월 20일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고 친족이사의 비율은 이사 정수의 4분의1로 줄이고, 교원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에 교사회가 추천하는 인사를 3분의1 이상 참여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법안이 상정됐으나 처리가 무산됐으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9월 20일 국회의장이 주재한 원내대표회담에서 여야간 별도 협의기구를 구성해 10월19일까지 개정안 협상을 지속키로 결정했다. 국회의장은 11월 30일 간담회를 통해 중재안을 제시하고 12월5일까지 여야간 타협안을 도출할 것을 주문했다. 중재안의 내용은 개방형이사를 전면 도입하되 이사회의 인사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사정수의 일정비율을 2배수로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요구해온 자립형 사립고 도입은 사립학교법에 포함될 사항이 아니므로 시범운영이 끝나는대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반영하도록 했다. 또한 교사회ㆍ학부모회, 교수회ㆍ학생회ㆍ직원회의 법제화 문제는 추후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개정 때 별도로 논의키로 했다. 중재안을 놓고 여야가 다시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이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7일 정책협의회를 통해 개방형 이사제 전면 도입과 2배수 추천에 대해 합의했다. 한나라당은 3당의 법안 강행 처리를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는 사회에 공여된 공공의 재산인데다 사학운영비를 대부분 국가 지원금과 학부모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단법인처럼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학교법인 이사회가 족벌과 특정인에 의해 구성,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임원의 사적 이익추구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개방형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사학법인들은 현행법상 학교법인 임원은 무보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국고지원금과 등록금의 경우 교원과 직원의 근로행위에 대한 보상과 교육환경 및 근로환경 개선사업에 사용되기 때문에 교직원의 사적 이익을 보장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교원에게 경영권을 이양한다면 교원들은 임금인상부터 요구할 것이 뻔하다는 것이 사학법인들의 주장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 전준상 기자 chun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