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의 친필 사인을 구경하러 오세요"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 `사인 아저씨'로 통하는 수집가 채창운(59)씨가 3년 넘게 발품을 팔아 모은 사인 5천여 장을 전시할 `사인박물관'을 연다. 경기도 일산에 오는 20일 개관 목표로 막바지 손질을 하고 있는 이 박물관 한쪽에는 채씨가 땀과 노력으로 수집한 스포츠 스타들과 유명 인사들의 사인이 수십 개의 비닐 파일에 나눠져 정성스레 정리돼 있었다. 경기도 용인에 초창기 흑백 TV와 구형 라디오, 수동식 전화기, 호출기(일명 삐삐) 등 1만여 점을 소장한 둥지박물관을 운영중인 채씨가 사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 2002년 초. 청계천 고서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이던 1962년 3월20일 사인을 우연히 발견한 게 사인 수집의 계기가 됐다. 유명인들의 사인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역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이후 스타들이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가리지 않았다. 프로야구가 있는 날이면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잠실구장에 도착해 선수들로부터 일일이 사인을 받았고 시상식장이나 사인회가 있는 곳도 빼놓지 않고 찾아다녔다. 서재응을 비롯한 빅리거와 일본프로야구의 전설 장 훈, 이승엽은 물론이고 국내 선수까지 합쳐 프로야구 분야 사인만 해도 무려 250점에 이른다. 프로축구 최고의 스타 박주영과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 등 축구계 인사와 각 종목 신.구 스타들의 사인도 말 그대로 없는 사람 빼곤 다 있다. 또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빌 클린턴 등 국내외 전직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수환 추기경과 소설가 박경리씨를 포함해 저명 인사들의 사인도 망라돼 있다. 여기에 유명 탤런트와 가수, 연극인, 만화가, 개그맨, 마술사와 이종격투기 선수, 발레리나, 미스 코리아, 별난 이름의 소유자도 사인 대열에 빠지지 않았다. 사인 한 장을 얻기 위해 공연이 끝날 때까지 5시간 이상을 기다린 건 기본이고 사인을 받는 과정에서 매니저나 경호원들의 심한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채씨가 애착을 보이는 사인은 따로 있다. 매일 일간지 8개를 구독하면서 인물.사람들 면에 난 화제의 인물을 스크랩한 뒤 이를 우편물로 보내 답장과 함께 돌아온 사인들. 60년 무사고 운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고홍용(83)씨와 운전면허 학과시험에 134번 도전 만에 합격한 오상백(71.농업), 지난 해 고입 최고령 합격자 정운화(71)씨, 역경을 딛고 골든벨을 울렸던 지관순 양 등 진한 감동을 주웠던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채씨는 "고물도 의미를 부여하면 보물이다. 사인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사람들의 기록이라 값진 자산"이라고 말했다. 문의:☎(050) 2323-4141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