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사상최저치로 떨어진 노조 조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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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조직률이 지난해 말 현재 10.6%에 머물러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 통계가 처음 발표된 1977년(25.4%)에 비하면 40%선에 불과하다니 조직률 하락세가 얼마나 뚜렷한지 선명(鮮明)히 드러난다.
사실 노조 조직률의 후퇴는 이미 예견돼 온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계가 대부분의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노선을 걸어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률 하락에는 산업구조적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노조의 주력을 형성해 온 금속업종이 쇠퇴 기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정보통신(IT)업종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요인은 노동계가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정치투쟁과 비타협적 강경투쟁 노선만을 고집하면서 국민과 근로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 때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툭하면 총파업을 벌이면서 산업현장을 마비시키고, 나라 경제 사정에는 아랑곳없이 집단이기주의만 추구하고 있으니 어떤 국민이 좋아하겠는가.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한 절호의 찬스로 평가되던 국제노동기구(ILO) 아·태 지역 총회의 올해 부산 개최를 무산시킨 것도 바로 노동계다.
더구나 조직 주도권 장악을 위해 과격한 내부투쟁을 일삼고,취업장사 기금횡령 등 온갖 비리를 쏟아내면서 상급단체 지도부가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진 형편이다. 노조가 근로자 권익 보호에 힘을 기울이기 보다는 스스로 권력화하고 이를 향유해 왔음을 반증해 주는 일에 다름아니다. 그러니 국민의 지지를 얻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된 요즘의 처지는 노동계 스스로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란 이야기다.
그런데도 여전히 비정규직 권익보호,쌀시장 개방 반대 등의 정치적 이슈를 내걸고 총파업까지 벌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노동계도 이제는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
정치투쟁,파업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강경노동운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선 명분과 도덕성을 확보하는 일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상최저치로 떨어진 노조조직률이야말로 노동계의 개혁과 노선재정립이 얼마나 시급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