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말 일본 기후(岐阜)시에서 열린 제3회 세계바둑도전자대회 우승으로 세계대회 5회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남긴 북한 컴퓨터 바둑.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은 2일 북한 컴퓨터 바둑이 지닌 세계적 경쟁력의 비결을 조명한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최강의 바둑 소프트웨어 `KCC바둑(일명 은별바둑)'은 '조선콤퓨터센터'(KCC) 산하 삼일포정보센터가 1996년부터 연구를 벌여 완성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KCC는 1년 만인 1997년 `포스트(FOST.과학기술융합재단)배 세계바둑대회'에 첫 출전했지만 5위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치고 말았다. 절치부심한 KCC는 이듬해 열린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1999년 대회도 연이어 제패하는 이변을 연출해 일약 세계 IT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유명세는 `은별(銀星)'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된 KCC 바둑 프로그램이 일본에서 3년 연속 판매순위 1위를 기록하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일본기원에서도 KCC바둑을 1998년 3급, 1999년 2급에서 2002년에는 아마추어 1단으로 인정했을 만큼 기력도 일취월장했다. 특히 김일영(36) 삼일포정보센터 소장은 "일본에 비해 바둑 인구가 많은 남조선에 은별 바둑을 진출시키기 위해 현재 관계부문 일꾼이 교섭을 벌이고 있다"고 밝혀 벌써부터 성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KCC바둑'에게도 취약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세계바둑도전자대회에서도 2003년 대회와 마찬가지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뼈아픈 1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압도적으로 승기를 잡았으나 죽은 돌에 계속 변칙수를 두는 상대방의 전술에 말려 규정 시간 40분을 넘기고 말았던 것. 개발팀은 당시의 패배를 교훈으로 삼아 좀더 강력한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고 올해 대회에서는 9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확고한 강자로서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김 소장은 이와 관련,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누가 빨리 적응하느냐가 프로그램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며 "이번 대회에서 단 1차례의 패배도 없었다는 점은 우리 프로그램이 수가 높고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자랑했다. `KCC바둑'은 평균 연령이 26.8세에 불과한 5명의 개발팀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낸 산물이다. 1996년부터 컴퓨터 바둑에 뛰어든 정성화(35세) 팀장이 조상현(29세), 리성남(25세), 리일진(23세), 량수일(22세) 등 4명의 20대 젊은피들을 이끌고 있다. 모두 평양제1중학교를 나와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한 수재들이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량수일씨는 프로급의 실력을 갖춘 바둑 전문가이기도 하다. 2000년 6월 일본에서 개최된 제22회 세계아마추어바둑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올해 11월 중국 항저우((杭州) 국제바둑초청대회 종합우승의 주역이었던 박호길도 빼놓을 수 없는 1등 공신. 이전까지 간간이 개발팀에 자문을 해왔던 그였지만 지금은 아예 개발팀의 일원으로 가세해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박호길의 가세로 이제는 아마추어 수준에서 벗어나 프로급 기사를 능가하는 프로그램의 완성이 개발팀의 새로운 목표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