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제지의 최대주주와 현 경영진 간 경영권 분쟁이 집중투표제 방식의 표대결로 판가름나게 됐다. 이에 따라 양측은 표대결의 향방을 좌우할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지지 의결권 확보 경쟁에 들어갔다. 신호제지의 최대주주인 국일제지는 오는 1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 때 신호제지 우리사주조합측이 요구한 집중투표제 방식을 수용키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신호제지는 국일제지가 추천한 이사 후보자 6명과 별도로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6명의 이사 선임안을 담은 임시주총 소집 통지서를 주주들에게 재발송했다. 신호제지의 현 이사진은 모두 7명이며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를 13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집중투표제(Cumulative voting)는 소액주주들이 지지하는 사람에게 표를 몰아줘 이사로 선임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일부 대기업이 지배구조개선 차원에서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한 적은 있으나 신호제지처럼 기업 인수·합병(M&A) 및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집중투표제를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신호제지 경영진은 "일반적인 투표 방식을 채택할 경우 소액주주의 의사가 무시된다"며 "집중투표제에서는 소액주주의 의결권만 잘 규합하면 이사 3명은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호제지 이사회는 김종곤 대표,이순국 이사(전 회장) 등 현 경영진측 4명과 최대주주 편인 이충국 아람파이낸셜서비스(아람FSI) 대표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경영진측 주장대로 임시주총에서 3명의 이사를 확보한다면 경영진을 지지하는 이사는 모두 7명으로 이사회의 과반수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아람FSI 관계자는 "집중투표제를 실시해도 현재 최대주주와 경영진 간 지분차가 15% 이상 나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신규 이사 6명 중 4명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이사회 과반수를 최대주주가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양측은 이날부터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경쟁에 들어갔다. 신호제지 우리사주조합은 주주 6712명 전원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 권유문을 발송했으며 국일제지도 100주 이상을 보유한 소액주주 1707명에게 지지 권유문을 보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