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PDP 같은 디스플레이는 한번 투자 기회를 놓치면 좀처럼 만회하기 어렵다. 특히 LCD는 1개 라인 건설에 무려 2조∼3조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대규모 장치산업이어서 투자 시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한국에 덜미가 잡힌 일본 업체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기에 진입했다. NEC는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2003년 6월 중국의 SVA와 손잡고 SVA-NEC 합작회사를 상하이에 설립,지난 5월부터 5세대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업체 간 이합집산이 이뤄졌다. 히타치 도시바 마쓰시타 3사는 지난해 11월 IPS알파테크놀로지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IPS는 내년 3분기부터 6세대 라인 가동에 들어가지만 생산량은 한국 업체를 위협하기에는 미미한 월 3만5000장 수준이다. 따라서 내수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990년부터 LCD 사업을 시작했던 후지쓰는 지난 4월 LCD 부문을 샤프에 넘기고 아예 손을 뗐다. PDP에서는 마쓰시타를 제외한 나머지 일본 업체들 모두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의 공세에 맞서 히타치-후지쓰 합작사인 FHP를 만들어 대항했던 후지쓰는 지분을 모두 히타치에 넘기고 철수했다. NEC도 지난해 파이어니어에 PDP 사업을 매각했고 최근에는 파이어니어마저 2개 라인 가동을 중단하며 경쟁 구도에서 탈락했다. 이들 일본 업체가 비운 자리를 삼성SDI LG전자가 채우면서 올해 양사의 PDP시장 점유율은 55%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본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97%에 달했던 4년 전(2001년)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일본은 또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도 한국보다 한 발 뒤처져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팽배해 있다. 삼성SDI는 4655억원을 투입,2007년부터 세계 최초의 능동형 OLED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지만 소니 마쓰시타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은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