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배추 살 돈을 줘야 김장을 하죠.양념값도 많이 올랐는데 어떡해요!" 5평짜리 창고로 출발한 이레전자가 아직 자리를 잡기 전,정문식 사장은 아내의 푸념을 들으며 출근했다. 어머니가 파출부로 벌어오는 돈으로 학교를 다녔고 끓인 수제비의 양을 늘리기 위해 불어 터질 때까지 기다렸다 먹을 정도로 초년 고생을 많이 한 정 사장.이 정도 가정사는 고민거리도 아니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정작 딴 사람 걱정을 하고 있었다. '사장인 내가 이러한데 직원들은 오죽할까.' 그해부터 이 회사에는 소중한 전통 하나가 생겼다. 전 사원에게 김치를 담가주는 것.작은 배려는 지금까지 이어졌고 직원과 가족들은 연매출 2000억원 돌파라는 큰 성과로 화답했다. 인간의 향기가 풀풀 나는 이야기다. 세상은 많은 돈과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에게 일단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생명력이 길지 않다. 타인에 대한 애정과 솔선수범이 배어 있는 큰 그릇,보는 이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성공에 더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한국인 성공의 조건'(한근태 지음,위즈덤하우스)에 소개된 100명의 유명 인사 역시 목표에만 목숨을 거는 건조한 사람들이 아니다. 1978년 이건산업을 인수한 후 공장에 한국 최고의 수세식 화장실과 기숙사부터 짓게 한 박영주 회장,미국 출장 중이던 아들이 부정 사건에 연루되자 해고 전문을 날렸던 고 유일한 박사,망가진 한국전기초자를 '나를 따르라'가 아닌 '함께 가자'는 메시지로 회생시킨 당시 서두칠 사장 등.이들은 풍요를 나눌 줄 알고 성실하며 겸손하다는 덕목을 지녔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위기를 돌파하곤 했던 고 정주영 현대 회장,사소한 것을 꼼꼼하게 챙기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아내가 나의 교주'라는 윤은기 박사의 DNA도 독특하다. '변화도 연습하면 별것 아니다. 일(vocation)을 휴가(vacation)로 만들라.잇속보다는 뱃속이 맞아야 한다. 리더(leader)는 리더(reader)' 등 진정한 성공을 향한 노하우와 에너지가 넘치는 책이다. 276쪽,1만1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