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총리 정부의 정책은 지난 2개월간의 대연정 협상을 통해 마련됐다. 기민당(CDU)-기사당(CSU)연합과 사민당(SPD)은 각각 총선 공약으로 여러 분야의 정책을 제시했지만 선거 이후 대연정 정책 협상 과정에서 양측간 이견을 절충하고 접점을 찾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9월 18일 총선 이후 연정 협상을 둘러싼 정국 혼란이 계속돼오다가 지난달 10일 메르켈 기민당 당수를 총리로 하는 대연정이 합의됐다. 이후 양당은 대연정 출범을 위한 정책 협상에 돌입해 4주만에 최종 합의에 도달 했다. 대연정 정책 협상을 통해 양측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사회보장 축소 등에는 수월 하게 합의에 도달했으나 재정적자 감축 방안과 세제 개혁 문제 등에서 합의를 도출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새 정부의 정책으로 해고방지 조항이 완화되고 기업의 임금 부대 비용을 줄여주는 방안이 마련됨으로써 노동시장 유연화에 큰 진전을 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규 종업원을 채용한 경우 기업의 해고금지 의무가 현행 6개월에서 2년 후부터 발생하도록 완화됨으로써 기업 인력 운용의 융통성이 그만큼 더 커졌다. 또한 새정부는 기업의 실업보험 부담금을 2% 포인트 낮춰주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고용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업 부담부분 감축분 중 1% 포인트는 연방 노동청이 부담하고 나머지 1% 포인트는 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증대되는 세원으로 충당하게 된다. 경제정책의 핵심은 세원 확보를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정부 투자를 증대하는 것이다.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은 부가가치세를 현행 16%에서 2007년 1월부터 19%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부유세를 신설해 연간 25만유로 이상 소득자에게 현행 최고 42%의 소득세율을 45%로 올렸다. 메르켈 정부는 세수 증대와 재정 지출 축소를 통해 연간 350억유로를 재정적자를 충당하는 데 사용해 오는 2007년부터는 유럽연합(EU)의 재정 기준을 충족할 계획이다. EU는 유로화 가입국가에 대해 연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새 정부는 연간 250억 유로를 재정투융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 증대하며 동독 지역 개발을 가속화하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연금 개혁을 통해 연금지급 개시 시기가 65세에서 67세로 늦춰졌다. 연금부담금도 0.4%포인트 올라 이중 절반은 노동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고용주가 부담하게 된다. 이는 월 10.5유로나 노동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대연정내 최대 논란거리였던 원자력 발전 문제에 대해서는 오는 2020년까지 단 계적으로 원전을 완전 폐쇄키로 한 적-녹 연정의 결정을 유지키로 합의했다. 외교 분야에서 메르켈 정부는 슈뢰더 정부의 정책 기조를 당분간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의 외무 장관에 슈뢰더 전 총리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 이어가 기용됐기 때문에 외교 정책의 계속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슈타인마이어는 독일의 이라크 전쟁 반대 정책을 입안하고 미국에 맞서 EU의 외교적 독자성을 유지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슈타인마이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EU 내에서 독일-프랑스 간 협력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슈뢰더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메르켈은 총리 취임 이전부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외교의 최우선 순위에 둘 것임을 거듭 밝힌 바 있어 총리 취임 이후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메르켈은 총리 취임 다음날 프랑스를 방문하고 이어 영국을 방문해 EU 주요 국가간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어 메르켈 총리는 다음 달 초 미국을 방문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