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세계기계체조개인선수권대회(11월22∼28일.멜버른)에서 양태영(25.포스코건설) 올림픽 오심파동의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오심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비디오 리플레이 시스템의 도입과 10점 만점제 폐지다. 코치의 판정항의와 이에 따른 심판 재채점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것도 오심사태 여파로 등장한 변화 가운데 하나다. 양태영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평행봉에서 기술심이 스타트밸류(시작점수)를 0.1점 낮게 잘못 매긴 탓에 1위에서 3위로 밀렸다. 파문이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심리까지 이어지면서 국제체조연맹(FIG)은 ▲항의절차에 대한 허술한 기술규정 ▲심판의 실수에 대한 무대책 ▲대중의 채점법에 대한 이해부족 등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곤욕을 치렀었다. ◇더 이상 인간적 오심은 없다 FIG는 이번 대회부터 즉시재생 통제시스템(Instant Replay and Control System)이라는 영상 검토 시스템을 도입해 심판이 인간으로서 저지를 수 있는 오심의 소지를 원천 봉쇄했다. 경기장에는 종목별로 초고화질 카메라와 연기를 즉각적으로 되돌려 볼 수 있는 노트북 컴퓨터가 비치돼 심판들이 육안으로 연기장면을 포착, 순간적으로 난도(難度)를 판정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현지에 파견된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는 "코치의 항의가 있을 때 연기내용을 영상을 통해 재검토할 수 있다"며 "난도를 판정하는 기술심들은 언제라도 자신의 판단이 애매할 때 스스로 비디오를 돌려 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테네올림픽 철봉 결승에서는 알레세이 네모프(러시아)의 경기 결과를 두고 관중이 집단 야유를 보낸 탓에 경기가 8분여 중단된 적이 있었다. 비디오 리플레이와 채점과정은 경기장 내에 중계돼 관중이 손쉽게 체조 채점법을 이해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완벽의 상징' 1920년 도입돼 완벽의 척도로 통하던 10점 만점제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경기장에는 `10점'을 위해 선수생활을 해왔지만 한 차례도 꿈을 이루지 못한 선수들과 10점 만점의 영예을 안아봤던 체조인들의 아쉬움이 쏟아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체조 원로들은 만점제 폐지에 아쉬움을 털어놓고 있지만 현역 선수들은 고난도 기술이 우대받는 내년을 대비해 기술 숙련도를 높이는 데 정신이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FIG는 양태영 사태 이후 연기의 변별력을 높여 기량에 대한 순위를 더 엄격하게 가른다는 목적으로 내년 1월부터 고난도 기술을 우대하는 새 채점법을 적용한다. 기존 채점법에서는 기술점수에서 연기의 실수로 인한 감점을 뺀 10점 이내의 점수가 최종점이 되지만 새 채점법에서는 기술점수와 10점에서 감점을 뺀 점수의 합계가 순위를 가르는 성적이 된다. 10점 상한이 없어지고 기술의 진보에 따라 점수도 점점 높아지게 됨에 따라 체조는 내년부터 기록 종목으로 거듭나게 된다. 선수들은 '완벽'이라는 개념을 지우고 '세계기록'이라는 새로 만들어질 개념을 염두에 두고 경기하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