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부산시의 치밀한 준비와 부산 시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어우러진 이번 APEC은 역대 어느 회의보다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꽃축제로 해운대 일대가 큰 혼란을 겪고 반(反)세계화 시위로 부상자가 나왔지만 전반적인 행사는 매끄럽게 진행됐다. 행사 기간 실시된 차량 2부제,광범위한 교통 통제 등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참여는 행사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외신 기자들도 테러 예방을 위한 철통 경비와 세계 최고 수준의 행사 시설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산 APEC은 참가자,취재기자,경호 및 안전요원,개최비용 등에서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부산시 APEC 준비기획단에 따르면 이번 APEC 참가자 수는 9339명으로 집계됐다. 과거 다른 회의 때 참석자 수가 5000∼7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01년 상하이 회의와 함께 역대 최대로 치러진 셈.국내외 취재기자만도 3600여명이나 됐다. 철통같은 경호와 경비를 위해 투입된 인력도 5만명에 달했다. 누리마루APEC하우스,APEC기념공원,벡스코 시설확충 등 이번 회의를 위해 정부와 부산시가 들인 예산은 1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8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공식만찬은 150명의 요리사가 5t 가량의 식재료로 준비했으며 사용된 그릇이 1만2900개나 됐다. 만찬 주요리로 나온 궁중요리 '너비아니'를 만들기 위해 들어간 한우만도 그 양이 1t에 이른다. 채소 해산물 등 나머지까지 더하면 만찬에 들어간 식재료만 모두 5t이다. 술은 공식 건배주였던 '천년약속' 300병을 비롯 칠레산 포도주 500병과 식후 보해 복분자주 500병 등 모두 1300병이 들어갔다. 만찬비는 1인당 17만원으로 계산됐다. ◆…APEC 행사를 통해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 1000여명 등 6000여명의 세계적 유력인사가 방문하고 투자환경설명회 등을 통해 5억1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경제적 성과도 거뒀다. 홍콩의 뉴월드TMT를 비롯해 마그나 ITW 토요고세이 라파즈 키슨&파트너스 등 6개 기업과 투자 MOU를 맺었다. 특히 세계적 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총괄하는 경영본부를 내년에 서울에 설립키로 했다. 한국의 투자유치설명회에서는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외국 기업인들에게 개성공단 투자 메리트를 소개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APEC에 참가한 21개국 정상들이 묵은 호텔은 행사 기간 내내 비밀에 부쳐졌던 곳.주위 경계도 삼엄해 일반인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머물렀던 웨스틴 조선비치호텔 10층 객실은 92평 크기로 바다쪽으로 난 3면의 창이 모두 방탄유리로 돼 있었다. 1500만원짜리 전통 촛대,부채 모양의 방석 등 한국적인 멋을 강조한 장식으로 내부가 꾸며졌다. 특히 로라 부시 여사가 좋아하는 하얀색과 파스텔톤의 꽃값만도 200만원이 넘게 들었다는 후문. 파라다이스 호텔에 묵은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샌드위치와 과일주스 등을 즐겼다는 게 호텔측 설명이다. 아로요 대통령은 귀국하면서 자신을 담담했던 직원들에게 향수를 선물하는 세심함도 보였다고 한다. 이 밖에 쩐 득 르엉 베트남 주석과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는 룸서비스로 한국라면을 주문해 먹기도 했다. 부산=김태현·류시훈·유승호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