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의 발로인가, 전략적 행보인가". 한나라당 내에서는 요즘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리더십이 기존 `마이웨이식'에서 `포용의 리더십'으로 변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대표 취임 이후 `다양한 의견을 들으라'는 비주류ㆍ소장파측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독선적이다, 마위웨이만을 고집한다'는 비판까지 들었지만 최근들어 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감안하고 심지어 이들을 감싸안으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 사실 박 대표는 올초 `2기 당직개편'과 지난 7월 여의도연구소장 인사 등에서 `자기사람 심기식' 인사로 비주류ㆍ소장파들과 마찰을 빚고, 조기전대 개최와 국가정체성 투쟁 등 현안에서도 대립하면서 한때 든든한 지원자였던 소장파들이 핵심 반박(反朴.반 박근혜) 세력으로까지 발전하는데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박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상당한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우선 박 대표는 금주 초 발표할 제3기 당직개편에서 지금껏 주요 당직에서 배제되다시피 했던 개혁성향 소장파들을 적극 포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의장, 대변인, 전략기획본부장 등 핵심당직에 개혁 소장파 그룹인 수요모임 소속 정병국(鄭柄國), 권영세(權寧世), 박형준(朴亨埈) 의원 등을 고려하고 있는 점이나 자신에게 쓴 소리를 마다하지않았던 정 의원에게 당초 비서실장직을 제안한 것 역시 비주류 소장파들에 대한 박 대표의 달라진 입장을 입증한다. 또 `영남당'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도권 의원들을 당직에 많이 배려하기로 하고, 당헌 개정으로 최고 의결기구가 된 9인 최고위원회의 위원 중 대표가 지명하는 2명에 호남 등 열세지역 및 외부인사를 영입해 당의 외연을 넓힐 방침이라는 점도 `측근 인사'라는 기존 인사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다. 박 대표는 앞서 `혁신안 파동' 과정에서도 사뭇 달라진 리더십을 선보였다. 개혁소장파인 원희룡(元喜龍) 최고위원이 대선 선거인단의 당원참여비율을 최대 80%까지 늘린 혁신안 수정안에 반발한 데 대해 당 밖 대권후보들까지 가세하면서 자칫 내홍에 빠져들뻔 했지만 박 대표가 `예상외로' 빨리 비주류ㆍ소장파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혁신안 원안을 채택하기로 해 조기에 갈등을 봉합한 것. 대표적 반박 인사인 홍준표(洪準杓) 혁신위원장이 "박 대표가 적극적 지도력을 발휘한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극찬하고, 혁신안 수정안 반대를 이끈 원 최고위원도 "박 대표가 늦게나마 방향을 제대로 잡는 역할을 했다"고 긍정 평가할 정도였다. 박 대표의 `포용의 리더십' 변화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박 대표가 이전에는 당내 변변한 계보하나 없어 자신의 자리에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측근 인사나 마이웨이식 의사 결정으로 이를 보완하려했지만, 올해 두 차례 재.보선을 압승으로 이끌고, 7%까지 내려갔던 당 지지율을 40% 이상으로 올리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이제는 완전히 자신감을 갖게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권행보를 염두에 둔 치밀한 계산도 리더십 변화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혁신안 파동을 통해 비주류 소장파들이 당을 `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 몰아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만큼 향후 대권구도에서 자칫 박 대표에게 `비개혁적'이라며 비판을 가할 수 있는 소장파들을 이 참에 포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대권후보 경쟁자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가 올해와 지난해에 각각 정무부시장과 정무부지사에 16대당시 한나라당 소장파 개혁그룹이었던 미래연대 출신 인사들을 임명해 개혁 성향을 `과시'했다는 점 역시 박 대표가 `젊은 피' 중용의 필요성을 느낀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소장파 의원은 "탕평 인사는 특정 대권후보의 유ㆍ불리를 떠나 당 전체로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며 "이를 계기로 당이 울타리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변화로 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대표의 리더십이 변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