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일본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서 100엔당 870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7년여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진 원ㆍ엔 환율이 수출 등 경제 전반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사실 최근의 원ㆍ엔 환율 움직임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말에 비해선 14%,2003년 말보다는 22%나 하락해 있는 형편이다.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는 강세를 유지하는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미국이나 한국은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일본은 초저금리 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점이 엔화 약세의 주된 이유일 것이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상품을 수입하고 해외여행도 할 수 있게 되는 등의 긍정적 측면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것은 이 같은 원화 강세가 해외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에 지장을 초래하고,또 이것이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濃厚)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비슷한데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가전제품 등 거의 전 산업분야에 걸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수출이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경제 현실을 생각하면 정말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국내시장 역시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구조적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가격경쟁력이 한층 강화된 일본제품이 무차별적으로 밀어닥친다면 대일(對日)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대일 의존도가 높은 부품산업의 경우는 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시장개방 확대가 불가피한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마저 눈앞에 닥친 상황이고 보면 더욱 우려가 크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고삐를 한층 더 바짝 조이지 않으면 안된다. 경영합리화와 생산성 향상을 적극 도모하는 것은 물론 기술혁신 및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도 박차(拍車)를 가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도 원화강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기술적 자립도를 높여주고 부품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