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점을 돌파한 주식시장이 기업의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시장 강세의 근거를 조금씩 확인해 나가고 있다. 3.4분기 상장사 실적 집계 결과, 악화된 경제환경 속에서도 상장사들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되는 데다 2.4분기를 저점으로 기업실적이 반등 추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온기' 감지..2분기에 `바닥'쳤나 = 증권선물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가 16일 내놓은 유가증권시장 553개 12월 결산법인(작년 및 전기대비 비교가능기업)의 올들어 3.4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총 457조6천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9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조5천억원으로 15.23% 줄어든 상태다. 누적 순익 역시 36조5천763억원으로 작년 수준에 3조2천139억원 미달한다. 여전히 부진한 내수와 상반기 원화 강세, 유가 고공행진 충격, 정보기술(IT) 제품가격 하락 등의 영향 탓에 실적 회복세가 아직 본궤도에까지는 오르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이를 분기별로 놓고보면 조금씩 온기가 확산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3분기 매출이 154조8천218억원으로 2.4분기보다 1.62% 늘어난데 비해 영업이익은 14조1천970억원으로 11.45% 늘었고 분기순익도 12조3천923억원으로 8.0% 증가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률은 8.85%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9%포인트 낮아졌지만 분기별로 보면 2.4분기 8.36%에서 9.17%로 높아졌다. 기업실적이 2.4분기를 바닥으로 개선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읽혀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주식시장의 '공룡' 삼성전자의 영향을 제외하면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져, 삼성전자 이외 기업들의 3분기까지 누적순익은 31조4천99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천707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누적기준으로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전분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보여주는 것은 코스닥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비교가능한 706개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과 순익은 각각 2조1천억원, 1조2천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35%, 27.32%씩 줄었지만 3분기만의 영업이익 및 순익은 각각 6천665억원, 3천536억원으로 2분기보다 오히려 10.71%, 11.23%씩 증가했다. 거래소측은 "2004년 실적이 사상 최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대내외 경제상황 악화에도 상장기업들의 실적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금융업, 실적 개선 `두각' = 유가증권시장 18개 전 상장업종이 흑자를 낸 가운데 실적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업종은 9개 은행과 금융지주회사 등으로 구성된 금융업종. 금융업종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영업수익)은 26조8천85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 가량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조4천175억원으로 173.18%, 누적순익은 4조6천321억원으로 226.72%나 급증했다. 순익을 기준으로 봤을 때 금융업 다음으로는 의료정밀업종(42.84%), 건설업종(27.0%), 철강.금속업종(27.09%) 등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비금속광물업종의 누적순익(181억원)은 작년 동기 대비 93.99% 급감하며 간신히 적자를 모면했고 종이.목재(-59.50%), 전기.전자(-53.44%), 기계(-42.97%)업종 등도 이익규모가 '반토막'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벤처기업들의 실적 반전세가 부각됐다. 315개 벤처기업들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은 4천37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2.07%나 줄어 381개 일반기업들의 누적 순익(8천292억원) 감소율 23.37%보다 컸지만 분기별로 보면 3분기 순익은 1천934억원으로 2분기보다 164.20%나 급증, 전분기 대비 29.63% 줄어든 일반기업의 순익(2천104억원)추세와 좋은 대조를 이뤘다. ◆ 부채비율 80%대 진입 = 어려운 경영여건속에서도 기업들의 부채감축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재무구조가 더 탄탄해진 것도 3분기 실적의 특징. 유가증권시장 524개 비금융 상장사들의 9월말 현재 부채총액과 자본총액은 각각 280조6천257억원, 323조3천236억원으로 부채비율 86.79%를 기록, 작년 9월말보다 4.62%포인트 낮아졌다. 코스닥시장 696개 비금융 상장사들의 부채비율도 작년 말 90.16%에서 9월말 89.61%로 0.55%포인트 낮아져 유가증권시장과 나란히 80%대를 기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