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그룹' god가 걸어온 길 뮤지컬로 꾸며 '그룹 god의 손호영은 서울 중경고등학교 시절 패싸움을 일삼고 방황하던 학생. 친구들과 헤어지면 갈 곳이 없었다. 그 시절 클럽에서 데니안을 만났다. 그리고 god 멤버로서 합숙 생활을 시작했다.' 12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god 더 라스트(god the LAST)' 콘서트는 뮤지컬과 공연이 접목된 무대. 멤버들이 돌아가며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는 공연의 이날 호스트는 손호영이었다. 1막 오프닝, 단독으로 무대에 올라 상대 학교 '짱'과의 댄스 배틀을 선보인 손호영. "많이 외롭고 힘들었다"는 아들의 독백을 객석에서 지켜본 아버지 손병찬 씨의 코끝은 찡해졌다. 데뷔를 학수고대하던 연습생 시절, 외모ㆍ노래 실력 때문에 구박받고 밥을 굶어야 했던 god의 합숙 스토리는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멤버들의 재연은 손씨와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궜다. 경북 구미에서 올라와 오디션을 보던 중 일명 '삑사리'(작은 실수를 뜻하는 방송가 은어)를 낸 김태우, 어설픈 비트박스만이 주특기였던 데니안, 69년생이라는 많은 나이가 치명적이었던 박준형, 딱히 내세울 것 없던 손호영의 대사 하나하나는 진솔했다. 또 매일 멸치, 참치통조림, 김치로 허기를 채웠고 그것도 모자라 5일씩 굶었다는 장면에선 팬들의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힘들고 배고픈 고생담 속엔 슬픔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해학이 있었다.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한 집단 군무도 인상적이었다. "공연을 끝까지 봐달라. 정말 자신 있다. 깜짝 놀랄 것이다"는 김태우의 자랑처럼 20여 명의 배우들과 함께 한 절도 있는 집단 댄스는 호흡이 척척 맞았다. 2막은 현재의 god를 보여줬다. 팬들과의 신나는 파티로 진행된 순서에서 그들은 '반대가 끌리는 이유', '나와 함께 춤을 춰' 등을 부르며 여성 백댄서들과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객석 구석까지 연결된 무대를 통해 쉴새없이 뛰어다닌 god는 내미는 팬들의 손을 잡았고 그들과 최대한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했다. 김태우의 얼굴엔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고 연습 때부터 목이 쉰 박준형은 사력을 다해 목청을 돋웠다. 쉬지 않고 격렬한 댄스를 선보인 손호영은 노래를 부르던 중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입으로는 "마지막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지만 마치 마지막 공연을 펼치듯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7집 곡 '2♡(러브)'와 '하늘 속으로' 등을 선사한 3막 말미, 손호영은 "이 공연은 미완성이었지만 여러분이 있어 이제야 완성됐다"며 "1분1초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자"는 말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마지막 음반인 7집을 내고 마지막 공연을 펼치는 god는 이번 공연에서 굶주렸지만 무대에 선다는 행복한 꿈을 가졌던 데뷔 전부터 '국민그룹'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지금까지 '음지와 양지의 삶'을 찬찬히 훑어내려갔다. 연습생 당시 여성 멤버와의 러브라인만 각색일 뿐, 모두 '논픽션'(nonfiction)이기에 여운이 남는다. 10일 시작된 god 공연은 12월11일까지 매주 목, 금, 토, 일 총 20회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