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은 중국야구의 성장속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중국프로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중국 선발팀은 11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예선 2차전에서 투타에서 짜임새있는 전력을 과시, 일방적으로 몰릴 것이라는 예상을 여지없이 빗나가게 했다. 상대를 만만하게 보고 준비에 소홀했던 삼성은 이기기는 했지만 졸전을 자초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삼성은 세기(細技)가 부족한 중국을 상대로 야구 선진국으로서 모범을 보이기는 커녕 주루사 두 차례, 수비 실책 등 집중력이 산만한 게임을 펼쳤다. 삼성은 중국이 한국전에서 역사적인 1승을 올린 좌완 왕난을 선발로 낼 것을 예상, 타순을 오른손 타자 일색으로 구성했으나 우완 라이궈준이 나온다는 소식을 경기 직전에야 접하고 부랴부랴 전술을 수정했다. 중국 선발투수 라이궈준은 플레잉코치로 130Km대의 평범한 직구와 슬라이더로 삼성 타선을 3회까지 무득점으로 묶었다. 삼성은 1회 2사 2,3루에서 2루 주자 박한이가 포수 견제사로 횡사한 것을 포함, 2회 2사 만루, 3회 2,3루 찬스를 연이어 잡았으나 공이 '수박만큼 커 보여' 어깨에 힘이 들어간 탓인지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타선도 삼성 마운드를 상대로 9안타나 뽑아내며 만만치 않은 화력을 보여줬다. 중국 야구는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 제임스 레페브레(63)가 사령탑을 맡은 3년전부터 가파른 성장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1965년부터 1972년까지 8년간 LA 다저스에서 내야수로 활약한 레페브레 감독은 데뷔 첫해 타율 0.250, 12홈런 69타점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한 스타급 선수였다. 1973년부터 1976년까지는 롯데 마린스의 전신인 롯데 오리온스에서 뛰기도 했다. 이어 1989년~1991년 시애틀, 1992~1993년 시카고 컵스, 1999년 밀워키 등에서 감독을 지냈다. 그는 이날 경기 직전 선수를 하나 하나 붙잡고 타격폼과 스윙궤적 등을 지적하는 열성을 보였다. 중국팀 투수코치 브루스 허스트는 빅리그 통산 145승 113패 방어율 3.92를 기록한 유명한 좌완 투수였다. 특히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1986년 당시 3경기에서 선발로 2승을 거둬 에이스 구실을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빅리그 경험이 있는 지도자를 중국에 파견하며 선진 야구 전수에 나섰고 일본은 거대 기업을 중심으로 장비 지원을 통해 중국 야구 성장을 돕고 있다. 척박한 토양을 딛고 외부 지원 속에 무럭무럭 성장 중인 중국은 지난 5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벌어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대학 선수로 구성된 한국을 3~4위전에서 4-3으로 누르고 공식 경기에서 한국전 첫 승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왕난은 5회부터 등판, 4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팀의 1점차 승리를 지켰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레페브레 감독은 전임이 아니어서 합숙 지도하지는 않고 봄부터 가을까지 선수를 가르친 뒤 겨울에는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아직은 우리보다 실력이 한 수 아래지만 중국 야구가 하루가 몰라보게 성장하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지난 5월 중국에 충격의 1패를 당했을 때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정보력이 너무 뒤처진다"며 행정력 부재를 꼬집었다. 미국과 일본은 13억 인구에서 유망주를 발굴, 자국 리그로 진출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도 중국을 '한 수 아래'로 치부하는 데 그치고 있어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레페브레는 "1년에 59게임 밖에 못하지만 매일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은 프로가 될 자세가 돼 있으며 중국 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경기 수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