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 당 6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현재의 국제유가는 투기적 요인으로 인해 30% 이상 고평가된 상태라고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의 리 레이먼드 최고경영자(CEO)가 주장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레이먼드 CEO는 투기적인 요인으로 배럴 당 20달러 정도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수급상황만을 고려하면 배럴 당 35달러에서 40달러 사이가 적정선이라고 평가했다. 레이먼드 CEO는 향후 10년 간 국제유가도 현재 보이고 있는 것과 같은 배럴 당 60달러 선에서 움직이기보다는 배럴 당 35달러 밑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를 기준으로 한 국제유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만을 강타한 직후인 지난 8월 30일 배럴 당 70.85달러까지 치솟은 이후 하락 반전, 현재는 배럴 당 60달러를 조금 밑도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레이먼드 CEO는 이어 최근의 고유가 시대는 중국은 물론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지역의 원유수요 급등을 비롯한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중국만을 지목, 국제유가 급등의 원흉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미국 정부의 시각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레오 드롤러스 국제에너지연구센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이 지난해 기록한 원유수요 증가율 15%는 특수한 경우일 뿐이라며 이 같은 증가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은 고도성장과 함께 나타난 전력난과 자동차판매 급증 등의 영향으로 전세계 신규 원유수요의 30%를 발생시켰으나 올해 들어서는 정부의 에너지 절약정책과 전력난 해소 등이 맞물리면서 원유수입을 크게 줄이고 있다. 이와 관련,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국 원유수요 급증은 일시적 요인이나 추측에 의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 중국이 원유수요가 안정을 되찾으면 유가가 허리케인 피해와 같은 일시적 충격보다는 정유능력 부족 등과 같은 요인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중국이 경제를 지속적으로 확장시키고 있고 미국식 전략비축유 조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국제원유시장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겠지만 지난해와 올해처럼 또다시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