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13℃, 체감 온도 11℃의 늦가을 쌀쌀한 날씨를 무릅쓰고 9일 저녁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 1만4천305명의 눈길은 경기 내내 온통 20살4개월의 젊은이를 따라 움직였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재를 한탄하던 관중들까지 축구장으로 불러모은 FC 서울 박주영(20)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골문 앞에서 선보인 산뜻한 골 감각은 이날 전남 드래곤즈와의 삼성하우젠 K리그 2005 후기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18경기에 11골을 잡아내는 폭풍이었다. 박주영은 시즌 내내 최다골 경쟁에서 용병 골잡이들을 제치고 선두를 달렸다. 서울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만큼 최대 3경기를 더 치를 수 있는 성남 일화의 두두(10골)나 부산 아이파크의 다실바(9골), 루시아노(9골)와 불리한 조건에서 최다골 경쟁을 치러야 하는 처지. 하지만 박주영은 자신에게 쏠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경기 시작 9분 만에 팀 동료 김승용이 좌측 하프라인을 넘어 들어가다 전남의 아크서클 가운데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주영에게 스루패스를 찔러줬을 때였다. 전남 벤치는 오프사이드가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주영은 수비수 2명을 개인기로 따돌리며 골문 왼쪽으로 달려들어가 전남 골키퍼 김영광까지 젖히고 감각적인 오른발 슛을 때렸고 전남 유상수의 발에 맞은 공은 골네트를 흔들었다. 최종 기록은 19경기 12골. 한 경기당 평균 0.63골이었다. 2경기에 한골 이상을 꾸준히 넣은 셈이고 2위 두두의 0.45골(22경기 10골)을 한참 앞질렀다. 이날 경기는 후반 인저리타임 이정운이 서울 골 에어리어 정면에서 흐르던 공을 침착하게 집어넣는 바람에 서울이 2-3으로 역전패했지만 1만4천여 관중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박주영을 보며 환호했다. 전반 31분 김승용이 프로 데뷔 첫 골을 신고하기 직전, 하프 라인 오른쪽에서 골을 다투던 박주영의 헛발질에 관중들은 한꺼번에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전반 43분 전남 골문 앞에서 서울의 백지훈이 다투던 공이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기다리던 박주영에게 미치지 못한 채 전남 수비수가 걷어내자 안타까운 탄식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박주영이 이번 시즌 최다골을 기록하면 2001년 21살 때 최다골 기록(17골)을 세운 산드로(수원 삼성)를 앞질러 '최연소 최다골' 기록을 세운다는 점에서 관중들의 관심은 당연했다. 또 박주영의 신인상 수상이 '떼 논 당상'이라는 점에서 95년 노상래(대구)에 이어 10년만에 신인상 수상자가 득점왕까지 석권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박주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득점왕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 끝나봐야 안다"며 "(프로리그) 적응기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골을 많이 넣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마지막 경기까지 열심히 했지만 아쉽다"며 "김승용이 첫 골을 넣어 아주 기쁘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내내 열렬한 응원을 보내준 서포터들에게 옷을 벗어 던져준 박주영은 큰절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