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익률 9.97%.' 지난해 11월 조흥은행 강북PB 센터에 31억원을 맡긴 김 모사장(54)의 1년간 투자 성적표다.


김 사장은 30년 전에 구입한 땅이 국가기관에 수용됨에 따라 받은 토지보상금의 마땅한 투자처를 찾다가 지난해 11월 강북PB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금융 어드바이저인 장경배 팀장이 그의 자산상태를 종합 진단했다.


당시 김 사장의 투자는 부동산에 집중돼 있었으며 나머지 돈도 모두 위험이 없는 정기예금에 들어있었다.


전형적인 '안정형' 투자자였다.




자산현황에 대한 진단이 끝나자 주식 채권 파생상품 세무분야 등 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팀이 새로운 '투자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자산규모에 맞는 황금 투자비율을 정하고 최적의 상품을 고르기 위해서다.


포트폴리오 팀이 내놓은 처방전은 연 9%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안정성장형' 투자.이에 따라 파생금융기법이 동원돼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 안정성이 높은 '사모델타 시스템펀드'가 고안됐다.


또한 리스크 분산을 위해 글로벌리츠와 글로벌 주식형, 글로벌 펀드오브펀드 등에도 투자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김 사장의 돈은 미국의 국채에서부터 인도의 주식, 일본의 부동산, 호주의 호텔 등 전세계 주식 채권 부동산에 고루 투자된 셈이었다.


그 결과, 1년 뒤엔 목표 수익률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리츠가 된서리를 맞아 원금보전 정도의 실적에 그쳤지만 글로벌 주식형 펀드 등 다른 상품들이 실적 향상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투자설계와 과학적인 위험관리가 이뤄낸 합작품인 셈이다.


서춘수 조흥은행 강북PB센터 지점장은 "부자 고객들은 금융사를 고르기 전에 거의 모든 은행의 PB센터를 방문해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비교한 뒤 자기가 거래할 회사를 선정한다"고 말한다.


특히 신흥 부자들은 더 나은 수익률과 서비스를 찾아 발빠르게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입맛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은행들은 차별화된 PB전용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인고객별 '맞춤 서비스'는 물론 기업체 오너와 법인을 하나의 고객으로 묶어 제공하는 '기업금융 PB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올해 초 하나은행이 10억원 이상 예금자를 대상으로 영업 중인 웰스매니지먼트(WM)팀에 섬유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고객의 사망소식이 들려왔다.


아들이 사업을 승계받기로 했지만 날염업이 사양사업으로 여겨지는 터라 가업을 이어갈지를 가족들이 고민하고 있었다.


WM팀은 경영컨설팅팀과 연계해 5주 동안 2명의 직원을 파견,해당업체의 재무구조와 영업 기술력 평가 등 컨설팅 작업을 진행했다.


비록 쇠퇴업종에 있긴 하지만 재무구조가 견실한 데다 10년 이상의 숙련도 높은 기술자를 다수 보유하는 등 경쟁력 있는 업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디자인 개발안을 유휴 부동산 처리방안과 함께 제시했다.


이 같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업체는 지금껏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아들이 아버지를 대신해 WM팀의 주요 고객으로 등록한 것은 물론 해당업체도 하나은행의 거래기업이 됐다.


신한은행 PB사업을 총괄하는 한민기 부행장은 "거액 자산가들은 부동산과 파생상품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관투자가 이상의 수준 높은 자산 배분과 리스크 관리 등을 요구한다"며 "질적인 차별화가 PB시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지동현 박사는 "거액 자산가에게 제공되는 맞춤형 PB 서비스가 일반고객에도 적용돼 중산층 고객이 평생 살아가는 데 필요한 주택 교육 의료 육아 여행 노후생활 등을 종합 설계해주는 '개인뱅킹'으로 확산될 전망"이라며 "PB의 진화가 차세대 금융 서비스의 발전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