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비리 의혹 수사로 주춤했던 `청계천 주변 재개발' 사업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있다. 개통 첫달에 620여만명이 찾아올 만큼 복원된 청계천의 인기가 뜨거운 데다,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끝나 세간의 따가운 시선도 어느 정도 누그러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 세운상가,`서울의 록본기힐 된다' = 8일 서울시와 청계천 인근 자치구들에 따르면 5월 양윤재 전 부시장의 구속으로 전면 중단됐던 청계천 주변 재개발 사업이 세운상가 일대와 을지로 2가를 중심으로 본격 재추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총면적 5만여평의 청계 3,4가 세운상가 일대다. 세운.대림상가를 철거한 뒤 그 부지에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지축을 조성하면 청계천 수변과 녹지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도심 재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는 녹지 사이에 주상복합, 오피스빌딩, 방송국 등이 들어서 있는 일본 도쿄의 `록본기 힐'처럼 이 일대를 개발한다는 구상 아래 재개발 계획 용역안 예산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청계천과 세운.대림상가 일대는 2∼5구역으로 나눠져 있지만 4구역 외에는 아직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시는 나머지 3개 구역에 대해서도 구역 범위, 시설 비율, 층고, 용적률 등 세부 계획안을 만들기 위해 각 구역당 1억원여원의 예산을 종로구(2구역)와 중구(3,5구역)에 각각 지원해 줄 방침이다. 아울러 재개발 신탁계약 해지 등으로 사실상 중단됐던 4구역 재개발 사업도 이달부터 다시 추진키로 했다. 시는 과다 설계비 마찰로 계약 해지된 대한토지신탁 대신 재개발을 추진할 신탁회사와 시공사를 이달 16일 선정한 뒤 내년에 착공, 3년내 재개발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로구의 김홍길 균형발전추진단장은 "주거, 상가, 호텔, 문화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이 일대가 재개발되면 강남 코엑스몰 못지 않은 도심 상권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을지로.종로.동대문도 `잰걸음' = 청계천 재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면 중단됐던 을지로 2가 `미래로' 주상복합빌딩 재개발 사업도 다시 워밍업을 하고 있다. 비리 의혹의 진앙지였던 `미래로RED'가 최근 사업권을 J&B플래닝으로 넘겨 이미 외형상 사업 재추진의 모양새는 갖춰진 상태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인근 동국제강과 조흥은행 건물도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다동의 일부 구역과 장교동, 수표동 등에서는 주민들이 재개발에 나설 움직임이다. 중구 관계자는 "청계천 복원 후 엄청난 인파가 청계천과 인근 도심으로 몰려들자 토지 소유주들의 재개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세운상가 일대와 다른 일부 구역의 경우 연일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재개발구역 지정 대상이 아닌 곳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가이드라인 성격의 지구단위 계획을 세워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종로 2,3가 구역의 경우 청계천변 건물의 1층 가로변을 보행자에게 개방하거나 고층부를 도로에서 후퇴해 지으면 용적률을 올려주는 내용의 지구단위 계획이 이미 확정됐다. 시는 또 종로 4,5가와 주교동, 숭인동 구역 등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내년 상반기중 수립할 방침이다. 동대문시장 일대에 대해서도 다음달 `동대문운동장 기능 대체 기본계획'이 나오면 상권 활성화를 위한 기반시설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주차장으로만 쓰이는 동대문운동장을 허문 뒤 녹지 공원과 패션디자인 센터, 지하주차장, 광장, 보행로 등이 조화를 이룬 동대문시장의 기반 인프라로 만든다는 것이 시의 복안이다. 서울시 허영 주택국장은 "청계천 복원과 함께 주변부 재개발이 이뤄져야 청계천 복원의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다"면서 "청계천 주변 재개발은 뉴타운과 함께 `강북 업그레이드'의 양대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정성호 기자 ssah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