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계의 양문형 냉장고 덤핑 혐의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실사작업이 본격화돼 업계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월풀의 이탈리아 현지법인이 한국산 양문형 냉장고가 덤핑으로 시장경쟁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올해 5월 삼성, LG,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3사를 덤핑 혐의로 EU에 제소한데 대해 6월초 서류검토를 시작으로 조사에 들어간 EU 집행위가 지난달부터 본격 실사에 돌입했다. EU 집행위는 지난달말 삼성전자 유럽 현지 법인 실사에 거쳐 이달말에서 다음달초께 한국 본사를 실사한다. LG전자도 지난달 21일 스페인 현지법인에 이어 이달 12-14일 한국 본사에 대한 실사를 받았고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이달 4-6일 본사에 이어 25일 스페인 현지 공장에 대한 실사작업을 거치게 된다. 유럽통계국에 따르면 한국산 양문형 냉장고의 EU 지역 수출은 2003년 2억275만2 천 유로, 지난해 2억6천224만 유로로 전년 대비 각각 55.7%, 29.3%씩 늘어났다. 유럽의 전체 냉장고 시장 연간 규모는 1천700만대 가량으로 이 가운데 양문형은 40만대 수준에 그치지만 최근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속적인 확 대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산 제품의 유럽 양문형 냉장고 시장 점유율은 2000년 초만 해도 10%대에 그쳤으나 최근 몇 년간 비약적 성장세를 기록, 올해 1-4월 기준 영국의 경우 LG 45.6%, 삼성 34.3%, 작년 12월-올해 5월 기준 독일의 경우 LG 44.9%, 삼성 34.4%, 대우 7.0%, 프랑스에서는 삼성 37.6%, LG 24.2% 등의 높은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앞서 일렉트로룩스가 지난해 12월 한국산 냉장고에 대해 반덤핑 조사 개시를 요 청, 호주 관세청이 올해 초 삼성, LG 등의 냉장고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는 등 한국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외국 가전업계의 공격 수위는 점점 거세지는 추세다. EU는 실사 결과를 취합, 내부 검토 후 내년 1분기에 예비판정, 하반기에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으로 덤핑 사실이 발견되면 반덤핑 관세율을 산정하게 된다. 이 경우 관세분만큼 제품 가격이 상승,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돼 현지 영업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LG전자가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law) 지역에 내년부터 2010년까지 총 1억300만 달러를 투입, 냉장고 및 TV 공장을 세우기로 지난달 발표 한 것도 관세 부담을 비롯, 현지 업체들의 덤핑 공세 논란을 피하기 위한 측면이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 생산체제를 확보할 경우 관세나 물류비 부분, 무역 규제 등에서 자유로와지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업체들이 공격할 명분이 적어지게 된다. 실제로 LG전자는 공장 건설 일정을 내년 상반기 착공으로 앞당겼으며 일단 프리미엄급 양문형 냉장고부터 내년말께 먼저 생산키로 했다. 삼성전자도 동유럽 지역에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 에어컨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조사가 진행중인만큼 뭐라 말할 상황이 못된다"라면서도 "조사에 성실히 대응, 증빙자료 및 답변서 제출 등을 통해 덤핑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