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연내 가입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베트남 일간신문 뚜오이 쩨(젊음)는 23일 응오 꽝 수언 WTO 담당대사의 말을 인용해 베트남의 WTO 연내 가입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수언 대사는 오는 12월 홍콩에서 개최되는 WTO 회원국 장관회의에서 베트남의 회원국 가입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는 가입의 '키'를 갖고 있는 미국측의 "선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현재로선 베트남은 물론이고 많은 국가들이 기대하는 가입건이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수언 대사는 베트남이 WTO 가입 전제조건을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했으며, 이 결과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21개 회원국과 이미 협상을 타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과는 여전히 이견 때문에 협상 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수언 대사는 특히 미국의 경우 다자 및 양자협상에서 너무 높은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비난한 뒤, "미국은 베트남의 능력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새로운 조건을 베트남이 수용할 수 없다는 점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협상에서 국내문제를 이유로 베트남과는 12월 전에 협상을 타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마이클 마린 베트남 주재 미 대사는 외신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베트남 간에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면서 베트남의 WTO 연내 가입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린 대사는 "양측이 그동안 이견 조정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베트남측이 이행조건을 어떻게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다음 협상 일정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이 WTO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로부터 최혜국 대우나 마찬가지인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확보해야 하지만 의회 일정 상 오는 12월 이전에 관련 표결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린 대사는 이어 지난 2000년 7월 미-베 무역협정 체결 이후에도 지난 5년 동안 베트남이 협정 내용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이는 베트남의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적재산권이 미국을 실망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영업권과 유통권 역시 미국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베트남은 지난 1995년 WTO에 공식 가입을 신청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입 작업반 회의를 진행해왔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