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검찰총장 내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정상명 대검 차장이 차기 총장에 오른다면 천정배 법무부장관을 중심으로 한 검찰 개혁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차장은 참여정부 첫 법무부장관인 강금실 장관 때 `기수파괴 인사'로 법무부차관에 발탁돼 각종 검찰 개혁작업을 이끈 전력이 있는 데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가장 잘 읽고 있는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두뇌 회전이 빨라 상황 파악 능력이 뛰어나고 탁월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동요하는 검찰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참여정부의 개혁과제를 무리 없이 수행할 것이란 기대를 낳게 하고 있다. 법무부차관에 발탁됐을 당시 서열ㆍ기수파괴 인사로 검찰과 청와대가 대립하는 극한 상황에서 완충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정 차장은 이번에는 김종빈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동요하는 검찰의 불만을 가라앉히면서 검찰개혁을 추진하라는 명(命)을 받은 형국이 됐다. 정 차장은 법무부차관 시절 강금실 전 장관과 송광수 전 검찰총장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균형감각과 유연성을 살려 최악의 사태를 몰고올 충돌을 막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현재 `검찰개혁 과제'로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검ㆍ경 수사권 조정 ▲공직부패수사처 설립 ▲공안사건 구속수사 제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 문제와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권에 반발해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일선 검사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온 데 대한 정치권의 시각이 곱지 않은 편이어서 검찰에 불리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검찰은 우려하고 있다. 먼저 사개추위의 최종 정리안(案)을 받은 국회가 여당을 중심으로 검찰의 피고인 조서의 증거능력 인정기준을 까다롭게 만들 경우 검찰의 수사권은 현재보다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 역시 그 본질이 검찰개혁은 아니지만 경찰 주장에 무게를 실어줄수록 검찰의 권한은 상당부분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강조했던 검찰의 `제도이상의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로 거론된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도 구체화될 경우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등에 대한 검찰의 사정권한이 줄어들게 된다. 정 차장이 검찰지휘봉을 잡게될 경우 검찰과 정치권의 교감 속에서 이러한 개혁작업이 의외로 별 마찰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또, 천 장관이 과거 검찰권 남용에 대한 감시와 통제 방안으로 제시한 `검찰의 중립과 독립을 위한 10대 과제'도 어떤 방식으로든 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천 장관은 재작년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공직자 비리 수사 기관 별도 설치, 수사 권 발동 검찰 재량권 축소, 검찰 인사위원회 외부인사 과반수 참석 등 검찰이 껄끄럽게 여길 법한 내용의 `검찰 10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10대 과제 가운데는 한시적 특검제 제도화, 재정신청 대상 전면확대, 기소법정주의 제한적 도입, 검사의 수사권 발동기준 구체화, 상급검사의 지휘ㆍ감독권 행사방식 제한 등이다. 이중 일부 과제에는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내부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 포함돼있다. 따라서 정 차장이 신임 총장으로서 내부 반발 가능성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개혁과제 수행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 김종빈 총장의 사퇴로 청와대와 검찰간 갈등이 `해소'된 게 아니라 `잠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검찰 일선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경우에 따라 `검찰개혁 작업'이 `검찰장악 작업'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도 무조건 반발할 경우 `수구세력', `조직이기주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신임 총장의 지휘를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진행속도에 따라 내부에서 돌발기류가 형성될 수도 있는 만큼 차기 총장의 리더십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