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팀 = 덤프연대와 레미콘연대에 이어 화물연대가 18일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함에 따라 물류대란의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산업계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심각한 물류대란을 겪어야 했던 2003년 5월과 8월의 악몽을 떠올리며 사태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 건설 = 건설업계는 벌써부터 초기단계의 일부 사업장 공사가 중단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미 덤프연대 파업으로 전체(260개)의 5%인 13개 사업장이 터파기 공사에서 파낸 흙을 옮기지 못해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화물연대까지 파업을 강행함에 따라 철근 등 자재 운반이 불가능해져 사실상 모든 공사가 올스톱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현장에는 일반적으로 보름어치의 철근 등 주자재가 확보돼 있지만 레미콘 업자들까지 20일부터 파업에 동참하면 레미콘 타설이 안돼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건설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 시멘트ㆍ레미콘 = 지난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루 평균 1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봤던 시멘트 업계는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시멘트를 운송하는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까지 파업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파업에 동참하더라도 수요량이 많이 줄어 철도 운송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업계도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 오는 20일부터 단계적으로 파업에 돌입하 기로 함에 따라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 삼표 관계자는 "레미콘 공장별로 민주노총 가입 여부를 파악해 봤는데 한 곳도 소속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회사에서 유가보조금을 모두 지급하기 때문에 파업에 참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멘트가 제 때 공급되지 못한다면 레미콘업계도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물류 = 물류업체들도 화물연대 파업의 악영향을 우려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 최대업체인 대한통운의 경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은 없지만 2003년처럼 조합원들이 비조합원들의 운송 및 하역 작업을 방해할 경우에 대비해 경찰에 차량 호위를 요청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위수탁 사업자 30%가 화물연대 소속인 한진은 파업시 부산과 포항 등 항만을 연계한 연안 해송 선박을 늘려 파업에 따른 육상운송 차질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철도운송차량 223량을 전량 가동해 긴급 수송 차량을 지원키로 했다. 한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화물연대 조합원이 출입장을 봉쇄하는 등 영업을 방해하면 대응방안이 없어 정부 협상이 잘 매듭지어지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조선 = 원자재 수송에 카고트럭이나 트레일러를 주로 사용하는 조선업계는 이번 파업이 덤프트럭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일을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원자재 수송의 대부분을 육로수송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은 2-3일 정도의 재고물량을 확보해놓은 상태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조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육로수송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진중공업과 STX조선도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물량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수립중이다. 삼성중공업도 일주일 정도의 재고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조업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자동차 = 자동차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 차량 수출이나 부품 운반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면서 대책을 세우고 있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파업이 단기에 그치면 철도나 개인 화물차 등 대체 운송수단을 통한 부품 조달이 가능하지만 장기화되면 부품 조달과 조업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 관계자는 "완성차 수출은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KD 수출은 파업 강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는 파업 수위가 높아져 부산항을 통한 부품 선적과 평택항을 통한 완성차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되면 수출항을 인천항 및 군산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무역상사 = 무역 상사들은 대부분 제조업체가 부두까지 제품 운송을 책임지는 FOB(본선인도 조건) 계약 방식을 택하고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파업 장기화를 대비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LG상사는 수출화물의 주요 수송망을 철도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SK네트웍스도 대체 운송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LG상사 관계자는 "파업이 단기간에 해결되면 큰 영향이 없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화물 선적 지연 등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전자 = 전자업계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나 반도체 LCD는 대부분 항공편을 통해 운송하기 때문에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적지만 2003년처럼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제품 운송과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에 대비해 철도수송과 해상운송의 비중을 확대하고 빈 컨테이너를 최대한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일평균 처리 컨테이너수가 수원과 광주, 구미공장 등을 포함해 300FEU에 달한다. LG전자는 창원과 구미, 평택 공장의 선적량 대부분이 30-50일 이후에 판매할 물량이어서 당장 파업으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지만, 창원공장에 40피트 기준 컨테이너 2천개를 확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 정유ㆍ석유화학 = SK㈜는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일반유와 가스제품 수송 용역을 맡은 업체들이 대부분 화물연대에 소속되지 않아 제품 수송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는 그러나 아스팔트 제품의 경우 일부 하청업체들이 화물연대에 속해있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다른 하청업체 노조들이 파업에 동조할 가능성도 있어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LG화학은 파업으로 인한 물류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산항에 입항된 수입화물에 대해 조기 입고에 들어가는 한편 물류회사들과 비상연락 체계를 수립하는 등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중이다. ◇섬유 = 효성은 2003년 화물대란을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지난주부터 조기 출고를 해왔다. 효성 관계자는 그러나 "단기간에는 제품 수송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아무래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